▫죽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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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5 21:39조회 126댓글 14물레
M. 쓸쓸한 아픔으로 죽고 나서야 그대 날 잡으시련지


발걸음을 서두르며 끼니도 챙기지 않고는

집을 나선다.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교실에 못보던 편지들과 흰 국화들이

나란히 놓여져 있는 책상.

친구들은 바른 자세로 꼿꼿히 앉아있고

분위기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함께 고요하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하는게 아닐거라 믿었다.

그래도.. 그래도 조용히 있어야만 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는 너의 모습.

그 애의 흔적조차도, 벌써 지워지고 있다.

그 의자가 이젠 더 이상 덜컹거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울먹이며 마음 속 끝까지 달아오른 눈물에

민소매라도 애써 잡아본다.

-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면 네가 생각나서
- 차마 울 수도 없는 것 같아.

이 겨울의 고요함처럼 조용히 떠나가버린 너에게

창밖, 어린 나뭇가지의 마지막 한 잎을 보며 속삭여본다.

- 너무 늦었나

- 너 덕분에 지금에 내가 있어.

- 정말 고마운데 또 너무 미안해.

죽음의 앞길까지 가로막은 내가 된 것 같아,

이제는 편히 널 놓아주려 한다.

늘 내 시선에까지도 잘 안보였던 너인데,

이제는 널 보기 위해 고개를 드네.

넌 쉬어.

부디 건강하기를


'삐 —'

귓가에서 이명처럼 맴돈다.

끊어지지 않는

끊어지지 않을

믿어지지 않는,

비참한 죽음 속에서

영원할 너라는 존재를

난 언제나 네 곁에서 기다리고 있어.



@ 당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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