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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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0 21:32조회 89댓글 1유하을
창문 틈이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

닫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손이었는지, 아니면 일부러 남겨둔 틈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바람은 조용히 들어와 커튼 끝을 아주 느리게 흔들었다.

방 안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옆 작은 의자 하나.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낡은 코트.

그 코트는 너무 오래 거기 있어서, 이제는 주인이 아니라 풍경처럼 보였다.

“왔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는데, 입술만 움직였다.

누군가 대답할 줄 알면서도.

침대 옆 공간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앉은 것처럼.

나는 눈을 감았다.

그날이 떠올랐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걸었던 길.
유난히 길었던 횡단보도.
끝까지 건너지 못했던 말들.

“가지 마.”

그때 나는 끝내 그 말을 하지 못했다.

대신 웃었다.
잘 다녀오라고, 별일 없을 거라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지금 방 안에는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말들이 폐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미안해.”

이번에는 소리가 났다.

아주 작게.

방 안의 공기가 잠깐 멈춘 것 같았다.

커튼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늦었어.”

나는 웃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웃었다.

“알아.”

창문 밖으로 빛이 조금 더 기울었다.

책상 위 종이가 바람에 아주 살짝 움직였다. 끝까지 쓰지 못한 문장이 한 줄, 조용히 드러났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끝내 말하지 못한 것들이 거기에 있었으니까.

나는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방 안의 모든 소리가 아주 멀어졌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누군가의 손이 내 이마 위에 닿는 것 같았다.

따뜻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못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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