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 곤 ' 님의 사연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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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은 그날 밤부터였습니다. 생전 없던 몽유병을 앓는 어머니, 분명 침대에서 어머니와 함께 잠들었던 아버지가 일어나니 욕조에 누워 목에 담이 걸리셨고 심지어 어느 날은 가위를 들고 서 계시기도 했습니다.
“엄마 이 집 너무 이상해...”
부모님께 몇십 번을 얘기해도 부모님은 어째서인가 쉽사리 들어주시지 않았습니다. 아마 부모님의 기준에선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던 걸까요? 그리고 그때, 저는 했어야만 했습니다. 부모님을 억지로 끌고서라도 다시 상경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자다 일어나니 집안은 온통 고요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제 숨소리 말곤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 그런 적막만이 주변을 감싸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도 없는 방들을 지나쳐 밖으로 나와보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란히 서 새하얗게 뜬 보름달만을 올려다 응시한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뭐 해...?”
그러자 부모님은 고개만 뒤로 돌려 저를 매섭게 쏘아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왜 그 부적을 놓쳤어!”
사람이 낼 수 없을법한 아주 큰 호통 소리로 정신이 들었습니다. 순간 손아귀에 힘이 풀리며 다리는 긴장한 탓에 점점 꼿꼿히 세워졌고요. 아버지는 여전히 보름달을 보시고 계셨지만 어머니는 씩씩대며 절 향해 죽일 듯이 쏘아보고 있었죠.
“죄, 죄송해요...”
조그만 뒷걸음질을 치며 저는 그대로 집 안으로 달아났어요. 아침이 되어서도, 그날 저녁이 되어서도 그 소리와 불안은 잊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다독임 속에 그 기억은 점점 잊혀져 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고등학생이 된 해의 일요일, 부모님은 두 분 다 교통사고로 사망하시고 말았습니다.
놀람에 못 미쳐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가 의사의 바짓대를 잡고 펑펑 울었지만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달라지는 것 또한 없었습니다.
며칠 후 보험사가 찾아와 상황설명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견적, 장례 비용 등을 상의하다 나온 급작스런 주제였지만 궁금하던 차였기에 가만 들어보기로 결정하고 잠자코 앉아있었습니다.
“시신은 화장해 고운 화병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사고 당시 뒷좌석에 있던 종이가 하나 발견되었는데요...”
보험사 직원이 잠시 멈칫하더니 가방 속에서 무언 지퍼백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이런...”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뒷좌석엔 흙먼지가 한껏 묻어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한짓장 하나. 꼬랑지만 잘린 채 붉은 글씨의 초침이 조금씩 보이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