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잔인한 묘사가 많이 있습니다.
감상 전 유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
빨간 모자 - 잔혹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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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는 숲을 걸었다.
바구니 속에는 빵과 포도주가 있었지만, 그것보다 무거운 것은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었다.
낮이라 해가 떠 있었지만 숲은 끝내 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무 그림자들이 기묘하게 얽혀, 마치 오래된 비밀을 지키는 듯 웅성거렸다.
늑대는 오래 굶주려 있었다.
그의 굶주림은 단순히 살을 채우려는
본능이 아니었다.
그는 공포가 터져 나오는 그 순간을 원했고,
절망이 짓눌린 눈빛을 갈망했다.
먹는 행위보다, 파괴하는 순간이
더 달콤했기 때문이다.
먼저 늑대는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다.
문이 열리자, 짧은 비명과 함께 고요가 뒤따랐다.
피는 이불 위에 흩뿌려졌고,
늑대는 그 위에 앉아 천천히 씹으며 웃었다.
그리고는 남은 피부를 조심스럽게 벗겨
얼굴에 걸쳤다.
마치 새 옷을 입듯, 너무도 익숙하게 말이다.
잠시 뒤, 빨간 모자가 들어섰다.
방 안에는 향초 냄새가 은근히 퍼져 있었지만,
그 뒤에 숨은 쇠비린내는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소녀는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침대에 누운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왜 눈이 그렇게 크세요?”
“너를 더 잘 보기 위해서란다.”
“왜 손이 그렇게 크세요?”
“너를 더 세게 껴안기 위해서지.”
“왜 이빨이 그렇게 날카로워요…?”
늑대는 그제야 이빨을 드러냈다.
살점이 걸린 채 피가 맺힌 웃음이었다.
소녀는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목덜미가 찢겼다.
짧고 날카로운 단말마가 방 안에 부서지듯
울려 퍼졌다.
늑대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의식이 꺼져가는
소녀의 몸을 갈라내고 꿰맸다.
곧 벽에는 두 개의 인형 같은
‘여인’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할머니와 손녀.
피부는 허수아비처럼 봉합되어 있었고, 그 눈은 비어 있었으나 여전히 방 안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날 이후, 숲을 지나던 사람들은 창문 너머에서
웃음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밤, 지붕 위로 비가 떨어졌다.
투둑, 투둑.
그것이 단순한 빗방울이었는지,
혹은 끝내 흘러내린 눈물이었는지 —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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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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