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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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5 18:04조회 58댓글 2사화
* <사랑손님과 어머니> 속 화자를 아저씨로 바꾼 시점입니다.


사람들이 내게 묻습니다. 미쳤습니까?
사랑이라면 그렇습니다. 미쳤나 봅니다.

회갈색 눈이 도로를 메꿨던 겨울이었습니다. 4시간을 헤메며 도착한 농촌 마을에서 그녀를 보았습니다. 이장님이 말씀하시기에, 내가 묵을 집의 주인이랍니다. 심장이 뛰었습니다. 이런 것이 반했다는 느낌일까요?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감색 치마를 입은 모양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녀의 큰 눈이 곱게 휘어졌습니다. 그녀가 웃었습니다.

그녀를 따라 집을 찾았습니다. 내가 묵을 곳은 구석진 곳에 위치된 단칸방이었습니다. 사랑방이라 부른다 합니다. 그녀가 나를 사랑손님이라 칭하던 이유인가 봅니다. 조금 더 친해지게 된다면 그녀가 나를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합니다.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젊은 과부라고 합니다. 그녀의 딸 옥희가 오늘 내게 — 아저씨가 제 아버지였으면 좋겠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그녀가 놀라 옥희를 타일렀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생각하건대 그녀도 나를 좋아하고 있을 것입니다. 요새 우리는 쪽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긴장하고 있습니다. 내가 달걀을 좋아하는 걸 아는 그녀는 달걀을 많이 사옵니다. 그녀만의 애정인 것 같습니다. 생각하면 웃음을 짓게 됩니다.

아직 그녀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나는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녀는 분명 나를 좋아하는데도 아무 표현이 없습니다. 며칠 전 그녀의 남동생이 — 요즘 세상에 내외합니까! 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부쩍 쌀쌀맞아진 것 같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의 시대가 얄밉기만 합니다.

고향으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녀가 달걀 장수에게 — 이제 달걀 안 사요. 라며 말한 것을 들었습니다. 나쁜 사람. 상처줄 것이라면 아예 못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랬습니다. 맘껏 원망하고 탓하면 금새 지워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 못난 사람. 마지막까지 그녀는 나를 내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매정한 사람입니다. 분명 그녀도 나를 좋아합니다. 어떻게 순애가 역겨울 수 있을까요?
나의 사랑이 그녀에겐 부담이 되었나 봅니다. 죽을 만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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