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온통 여름으로 가득 차 있다. 계절은 오직 여름. 여름 여름 여름. 여름만이 반복되고 반복된다. 일부 사람들은 1년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도 하다. 그저 끝없이 여름만이 반복될 뿐. 열둘의 달도 하루라는 개념도 무의미하다. 해도 지지 않아 잠을 자기조차 가혹하다. 아무리 여름속에서 생활한다고 하더라도 몸이 완벽히 적응된 것은 아니며, 사람들은 아직도 더위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마리는 소심한 아이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을 아꼈고 대부분의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살아갈 뿐이었다. 그런 마리가 관심을 가지게 된 무언가가 존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센이었다. 마리는 센을 자신의 첫 번째 친구로 삼았다. 몸이 약한 센 탓에 마리는 늘 풀 밭에서 센과 놀곤 했다.
그러다가 센이 눈을 잃게 되면서, 둘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지독하고 얽히고 엮여 더이상 빠져 나올 수 없을만큼. 마리는 센의 곁에 늘 있었다. 센 역시 그랬다.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걷고, 같이 하루를 끝냈다. 어느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얽혀버린 두 사람은 자각조차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센, 종말을 받아들이고 싶어.
—뭐?
마리의 말은 얼마 남지 않은 종말과 자신의 생을 함께 마무리 하겠다는 포부나 다름 없었다. 센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마리를 노려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노려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눈은 아무리 불러도 답을 하지 않는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평생 머무르는 일이 얼마나 고달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미친 거야? 종말을 받아들이겠다니?
—정말이야.
—나랑 약속했잖아, 꼭 살아남기로-!
센은 소리를 질렀다. 마리는 놀라 움찔거렸다. 둘은 흥분한 상태였다. 침묵이 반복되었다. 마리는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센이 저 정도로 크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센과 마리는 서로의 처음 보는 듯한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다. 센은 숨을 새액새액 뱉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네가 이렇게까지 반대할 줄은 몰랐네.
—•••
—이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너야말로 나 몰라라 하고 사라져버린다면 그만이잖아.
마리는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쏟아 내었다. 그녀는 센이 자신을 버리고 사라지길 결코 원하지 않았다. 그만큼 절박했다. 마리는 여길 버리고 도망 다니고 싶지도 센과 결별하고 싶지도 않았다. 센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최대한의 갈등은 피하고 싶어했다. 늘상.
센과 마리는 모든 것에 대한 추구가 아예 달랐다. 센은 늘 원칙대로 구는 행위를 좋아하며, 눈을 잃은 후부터 말을 줄였다. 그는 마리가 꼭 도시로 나가 평화롭고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마리는 자유분방하며, 센을 만난 후부터 수다스러워졌다. 둘의 가치관이 명확하게 차이가 났으므로, 둘은 함께 어울리면서도 엇갈렸다. 마음 맞는 상대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 없다.
여름이 계속되는 이곳은 정식 명칭조차 없는 버림 받은 땅이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남아 있으나 종말을 코 앞에 둔 그들은 하나둘 이곳을 벗어나고 있다. 여기서 이르는 종말이란 여름을 뜻한다. 여름속에선 생존하기 어렵고 사람들은 벌써 하나 둘 떠나가는 중이었다. 더는 살 만한 환경도 시설도 존재하지 않았다.
—며칠 뒤면 이곳은 사라져. 넌 살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런 게 아니라면 뭔데? 곧 종말이 닥칠 거고 그 전에 떠나야만 우린 살 수 있어.
—난••• 난 그냥•••
센은 왼손으로 머리칼을 헝클었다. 마리는 눈물을 참는 듯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센은 그것을 숨소리로 느꼈다. 마리가 운다. 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턱에서 꺾여 아래로 아래로 추락한다. 그리고는 풀 밭에 자국을 남긴다. 센은 마리에게 다가갔다. 마리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센도 무릎을 꿇고 마리를 꼭 끌어 안았다.
—난 아니더라도, 넌 꼭 살아남아야 해.
—왜 넌 아니고 난 사는데? 같이 살면 안 되는 거야?
—만약을 가정한 거야. 난 살 거야. 너와 함께 살아남아서 강해질 거야.
센의 떨리지만 분명한 어조에 마리는 그의 품속에서 눈물을 흘려 보냈다.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리는 무엇보다 센이 좋았다. 센과 오래오래 살아남자. 센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녀는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언제까지나 센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었다. 센은 자신을 필요로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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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났지만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