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1 16:42•조회 33•댓글 0•도경
처음의 향은 언제나 달콤하기 마련이라지. 잔 가장자리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증기가 콧속을 스치면, 몸은 아직 눈을 뜨지 않았는데도 정신은 억지로 깨어난 듯 했다. 혀끝에 닿는 순간 퍼져나가는 쓴맛은 마치 철필로 혀를 긁어내는 듯 날카롭지만, 곧 미묘한 단맛으로 뒤덮어 준다. 나는 그 불안한 균형 속에서 위안만 바랬다.
목으로 흘려보내는 동안, 내 혈관을 타고 번개처럼 퍼지며, 눈동자가 작게 떨리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심장은 북처럼 둔탁하게 울린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있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피로를 연명하는 일종의 거짓말이다.
두 번째 잔이 시작되면, 더욱 빠르게 휘몰아친다. 종이 위의 글자는 흑빛의 파도처럼 일렁이고, 창밖의 나무는 바람보다도 먼저 흔들린다. 사소한 소음조차 심장을 꿰뚫는 화살 같고, 머릿속에서는 산만한 생각들이 부딪히고 또 부딪힌다.
이제 세 번째 잔. 이제는 손이 내 것이 아닌 듯 무겁고, 혀는 갈라진 대지처럼 메말랐다. 그러나 잔은 놓을 수 없다. 공허한 위장을 달래는 것은 오직 이 검은 액체뿐이니까.. 끊임없이 입술을 대고 목을 적셨다.
그리고 끝내, 빈 잔을 내려놓으면 남는 것은 언제나 동일하다. 바닥에 붙은 얇은 갈색 자국, 떨리는 손끝, 그리고 어딘가 고장 난 듯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 나는 거울을 마주하듯 잔 속을 들여다 봤지만 텅 비어 있음에도, 그 속에는 언제나 나의 얼굴이 비친다.
나는 다짐한다. 오늘은 그만해야지. 근데 이걸 어째?
이미 주전자에 가 닿아 있다. 뜨거운 물이 또다시 검은 가루 위로 쏟아지고, 증기는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 마지막으로, 단 한 잔만 더는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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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은 몸에 해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