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좆됐습니다.
하룻밤 사이 수색된 아재의 발자취를 미처 지우지 못 했습니다. 저는 먼저 지하실을 걸어 잠갔고 이중, 삼중, 사중으로 닫아 자물쇠를 단단히 걸은 채 그 네 개의 열쇠를 두 개는 하의 속옷에, 나머지 두 개는 상의 속옷에 넣어 단단히 고정시켰습니다. 그리고 벽과 바닥에 대충 주방 세제를 뿌려 거품이 나도록 닦고 물에 담갔다 짠 걸레로 다시 거품을 없애기를 반복했습니다.
– 안에 누구 계십니까?
시속 백이십 키로미터 퍼 세컨드로 지나가는 낡은 자동차가 들어도 경찰관 목소리. 나는 문을 열지 않은 채 가만히 칼꽂이에 꽂혀 있는 중식도의 칼날을 손바닥으로 삭 - 쓸었습니다. 발걸음 수로 보아 한 명이 아닌 세 명 이상 다수의 남성, 그리고 얇은 문 너머로 들리는 중년 목소리.
– 안 계세요?
이번에는 젊은 목소리의 남성이 짧게 물었습니다. 나는 그저 문 앞 바닥에 앉아 경찰관이 몇 번이나 물어보나 세기로 다짐했습니다.
– 한 번... 세 번... 일곱 번...
그 배불뚝이 아재, 꽤나 잘 나가는 계열사 부장 급은 되었나 봅니다. 고작 하루 치고는 일이 조금 커졌습니다. 다만 이런 일을 어릴 적부터 너무나 많이, 수도 없이 겪어 이제 이런 작은 범위의 수사에는 대처 따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갈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었죠.
오른쪽에 나란히 놓인 식칼과 중식도. 나는 지금까지의 살력으로 남성 세 명을 가볍게 압살할 수 있을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이미 다섯 번 이상 빈집을 두드렸다는 것은 내가 용의 선상에 영 점 오 걸음 정도 올라섰다는 상태. 더 시간을 지체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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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순경 직급. 충주 경찰서. 남매 아이 둘에 아내는 집에서 가사 노동. 키는 백칠십구. 아이들의 나이는 초등학교 삼 학년과 사 학년. 자주 가는 선술집은 男性のビール [남자들의 맥주].
– 오 순경, 오늘도 수고 많았어!
번화가의 술 거리 근처만 가도 들리는 이 환호성과 건배사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마지막 외침이라는 걸 알까. 아니면 어렴풋이 늦은 새벽 취한 상태로 거리가 꽤 있는 집까지 걸어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순간의 쾌락을 위해 먹고 마시는 걸까.
– 예, 서장님께서도...
어쩐지 술을 받는 오 대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피로에 찌들어 빨리 집에 가 씻고 눕고 싶었지만 서장의 부름에 거절도 못한 채 그대로 선술집으로 이끌린 모양새.
잠시나마 이야기하자면 이제 노인 정당 소거 법률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구는 없어지고 노인은 많아지는 극 고령화 시대에 노인은 세계의 짐덩이일 뿐이니까요. 하루 빨리 노인을 안락사로 소거시키며 인구의 평준화를 맞추는 법률안이 통과되었으면.
– 오 순경, 요즘 힘든 일은 없고?
– 아, 예... 없습니다. 전부 잘 대해주셔서요.
머쓱한 웃음을 짓는 오 순경과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서장. 그들 사이에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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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왜 선하다고 여기는 걸까요? 전세계에 신을 향해 비는 소원이 몇십억 개인데, 그걸 보고도 신은 선하다고 볼까요? 오히려 악한 마음을 품고 원한을 가진 사람만 돕는 게 신이라면? 애초에 신은 존재합니까? 신이 존재해서 신을 숭배합니까?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있습니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야말로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이자 모두가 행복한 일방향의 지름길입니다. 다만 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또한 모두가 신을 선하다 여기지만 실은 신은 악마일 수 있기 때문에 모두는 평등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길거리 교회 전도사에게 그대로 말했다가 혼잡한 시내 한복판에서 귀싸대기를 맞기도 했습니다만 그 말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모두가 믿는 신을 버리는 내가 더 고귀하고 품격있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큰 재앙이 닥쳐 눈물로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한들 사람들이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없는 신에게 두 손 모아 비비고, 또 빌며 간절함을 호소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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