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퍽질퍽영원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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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 18:59조회 219댓글 11유건
하지우 X 이은채

| 해피엔딩 추구자 필독
| 이 회차부터 완결까지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넓은 수평선에서 헤엄치는 외로운 뒷모습이 있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또 너무 타올라서. 그 대가로 한없이 차가운 이 바다에 홀로 던져진 그 뒷모습이 있다. 빛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도, 그도 수평선 너머에는 죽음만이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미 잔뜩 빠져들고 있으니.
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

질퍽질퍽 그리고 세레나데

마지막으로 영원

하지우는 개새끼를 사랑했다. 하지우는 이은채를 사랑했다. 하지우의 여름은 이은채였다. 다시 말해, 하지우의 전부는 이은채였다. 이은채는 영원히 모르겠지만.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 위에 질퍽하게 녹은 내 사랑을 얹을 수 없었다. 분명 끈적하게 붙어 널 망칠테니까. mp3는 전하고 싶은 고백이자 전하지 못할 사랑이었다. 아무리 하지우의 전부가 이은채라 해도 이은채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못한다.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우는 왜 이은채를 만난 걸까. 그것도 그 무더운 여름에. 왜 사랑했을까. 그 시린 겨울에. 홀로 피어나 널 만난 이유를 찾아 헤매어. 겨울이 우리 사랑을 피웠다. 하얗게 번진 눈물을 피와 달랐다. 이은채의 마음이 어떻든간에 하지우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온전히 그 이은채를 사랑해서 변한다고 될 운명이라 하지도 못한다. 그저 네가 지지 않기를. 반드시 피어나기를. 이 계절의 끝은 어딜까.

영원이 있다면?


수평선 너머로 해엄치는 하지우는 그 바다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증오? 후회? 미련? 과연 그럴까. 하지우의 죽음까지 전부 이은채였는데. 그들에게 다음이 있을까. 다시 사랑을 약속할 수 있을까. 비록 허무한 소리라 하더라도, 분명 영원을 바랄 것이다. 그리고 믿을 것이다. 다음생의 서로를 믿어 의심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하지 못할 독백을 했다.


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

- 야 이은채.

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

- 더 이상 나는 너를 하지우로 만나지 못하겠지만
- 더는 그럴 수 없지만.

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

- 오래동안 기다려 온 너는 내 여름이야.
- 그리고,

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

- 어떤 순간이 와도 난 널 찾을거야.
- 그 순간이 다음생이라도.

- 우리가 바다를 다시 갈 때는
- 더는 하지우와 이은채가 아니겠지.

- 너랑 나로 다시 만나자.

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첨벙······.

- 아무 의미 없는 이름 말고,


하지우가 이은채의 이름을 뒤늦게 부른 이유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름은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했다. 우리는 다시 만나니깐.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이름이 다르더라도, 성별이 다르더라도, 서로가 만나니깐. 우리가 그러리라 약속했으니깐. 우리는 하지우와 이은채가 아닌 서로로 영원을 약속했다.

- 질퍽해져 더는 버릴 수 없는 그 우연으로.


그니까 이건 좀 예전. 2년 정도 지난 기억. 너는 이제 잊었겠지만 나에겐 선명한 한 장면. 영원히 내 겨울에 박제된 그 바다다. 햇살이 빛나고 그 아래 바다에 유독 윤슬이 많이 떠 있던 그날, 나 혼자 너에게 영원을 약속한 그 겨울은 열병에게도 방해 받지 못했다. 나는 남은 계절 또한 너를 사랑했기에.

- 킁츄.
- 겨울 바다 낭만 미쳤당.

- 예쁘네.

- 웅 나 여기 사진 좀 찍쟈.
- 어우 츄워.

우리의 겨울은 유난히 찬란했다. 당당하게 자부할 수 있다. 하지우와 이은채의 여름이 영원히 그들을 집어 삼켜도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이유. 열병도 방해하지 못한 사랑은 겨울에 피고 또 겨울에 만났으니까. 시린 공기에 눈을 감으면 봄이 아득하다. 하지만 빛난다. 추위 사이에도 서로의 온기가 닿았기에 우리 사랑은 결국 아픔이 아니었다. 찬란하다. 그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계절이 엉켜 결국 우리는 서로가 되었다.


널 만난 이유? 당연히 내가 널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찬 숨이 가득한 겨울에 널 사랑했다. 나는 네 온기를 잊지 않았다. 겨울의 꽃이 되어, 춤추는 별이 되어 네 곁에 있을 것이다. 모진 겨울이 결코 아니다. 피가 잔뜩 흘러 붉어져도 그 속에서 피어났으니. 우리에게 어떤 운명이 닥쳐도

우린 서로를 사랑했다.


그 날의 바다가 너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질퍽이는 모래와 하나가 되어 첨벙거리는 그 일렁이는 물결이. 그 차가운 바다가. 그래서 폴라로이드 필름에 너와 바다를 동시에 담은 그 날. 늦잠을 자서 기차를 놓치고 단 둘이 청유시로 출발하게 된 그 날. 사진을 찍힌 네가 나에게 뭐하냐고 소리 친 그 날. 사진을 뺏으려 달리는 너와 도망치는 나. 한없이 충분했던 겨울의 한 장면.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그리고 너를 따라 우리가 함께할 다음 계절을 그린다. 이은채의 얼굴에 물든 찬란한 바다의 색이 너무 아름다워서 놓친 무수한 순간들이 모여 나를 죽였다. 동시에 끌어안았다. 저 바다에 내 모든 마음을 실어 너에게 보낼 테니 내 곁을 언제나 네가 채워줘. 내 사랑이 언제나 네 곁에 있는 것처럼.

그들의 사랑은 분명 사라지지 않는다.


우연이나 운명을 믿는 게 아니야.
우리를 믿는거지.

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

서로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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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고 없어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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