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 칠흑 같이 어두운 방.
나는 늘 그곳에 머물렀다. 벽은 거친 시멘트처럼 차가웠고, 바닥은 발끝에서부터 깊은 공허를 침투시켰다.
머릿속은 종일 굉음 같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조차,벽이 숨을 쉬는 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정신병원 환자라면은 누구나 들었을 법한 단순한 귓속말이었다.
“도와줘…” 그 목소리는 또렷하지 않았고,
마치 먼 물속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목소리는 선명해졌고,
감기가 몸을 타고 올라오듯 내 정신을 잠식했다.
밤이 되면 그 목소리는 속삭임을 넘어 울부짖었고,
나는 이성을 잃을 듯 흔들렸다.
어느 날, 간호사가 내 방을 열자마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뒷걸음치듯 움찔하며
“제발, 오늘은 그만…”이라고 속삭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손으로 벽을 내리쳤다. 시멘트 틈 사이에서 붉은 액체가 빠져나왔다.
그것은 피였다.
그러나 내 방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피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벽은 미소를 지었다.
미소가 벽에 새겨진 듯, 균열 사이로 핏빛 웃음이 번졌다.
나는 허공에 대고 웃었다.
손톱이 부러지도록 벽을 긁어대던 나는 마침내 벌거벗은 소리를 뱉으며 또 웃었다.
그 웃음은 내 웃음이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침대 밑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리니 어둠 속에서 작은 손 하나가 느릿하게 기어나왔다. 피부는 회색빛이었고, 손가락 사이마다 시멘트 먼지가 뭉쳐 있었다.
그 손은 나를 향해 뻗어왔다. 나는 숨을 멈추고 손짓을 따라 벽에 귀를 기울였다.
벽 속 목소리가 마치 한 몸처럼 울려 퍼졌다.
“이제 시작이야.”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문이 잠긴 순간,
벽 속 속삭임이 내 머릿속을 교향곡처럼 울려 퍼뜨렸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아아아..........!!!!'
간호사는 비명을 질렀다. 이유는 내가 미쳤기 때문이다.
나는 목이 컥컥 막히기 시작했다. 목안에서 턱턱 걸리던 피덩어리를 새하얀 이불에 잔뜩
토해내었다.
'내 자아가. 탄생하였다.'
벽을 긁으면 긁을 수록 손톱에는 미세하게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깨지기 시작했고,
손톱 틈에서는 진물과 핏물이 섞여 나왔다.
-휙 휘휘휙
나는 더 정신병자가 아니다.
나는 자아를 새로 얻은 인간이다.
-By 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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