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강물이 몇도인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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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1 21:01조회 54댓글 4@UX2mau
저기 멀리 출렁이는 강이 보여요.
점점, 점점 더 가까이 난 강에게 다가가고 있어요.
마음 한편이 저려오지만, 왜인지 모를 해방감이 밀려오네요.

* * *

저 정말 열심히 살았고, 누구보다 노력했어요.
엄청 특출난 인재였다거나, 신이 내린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녔지만, 열심히 노력했죠.
그런데 언제부터 노력만으론 성공할 수 없었을까요?
전 많은 시도를 해보았고, 그 때마다 쓰디 쓴 참패를 맞았어요.
어른들은 그렇게 가르쳐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것 이라고.
역시 어른이라고 다 옳은건 아닌가 봐요. 아무리 삶에 연륜이 쌓여도 가식적인 말들을 하지 않는 방법은 모르나봐요.

저 넓은 강에 시선이 자꾸만 가네요.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저 물속에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고 싶어요.
물고기는 자유롭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멋지게 살다가 죽음을 가져요.
이 얼마나 멋진 삶인가요.

날 더 힘들게 만들고 있어요.
모두가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때
내게 보내는 박수와 존경의 눈빛이 다 가식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진실된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을때.
모두 우리가 살면서 알게 될 것들이예요.
마치 어린 아이가 산타가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 처럼 말이죠.

이만 제 하소연을 끝내볼게요.
저기 저 강 보이시죠?
제가 이미 오기 전에 찾아봤어요.
안심해요.

사람은 말이죠, 큰 위기가 다가왔을 때 2가지 선택을 해요.
포기하고 말것인가, 아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느냐.
어른들은 있잖아요. 후자를 가르쳐요.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어디에서도 모두 극복하는 후자가 되길 가르치고요.

하지만요. 여긴 현실이거든요.
살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지만, 끝날 사람은 무자비하게 사라지는 현실.
연기처럼 보이지도 않게 천천히, 그러면서 또 빠르게 사라져요.
흔히 말하는 인생의 패배자들이.

그리고 전 하나를 골랐어요.
어쩔 수 없어요.
전 멋지고, 남들이 다 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요, 난 내 인생의 패배자이고 루저거든요.

그럼 이제 전 준비하겠습니다.
이대로 가려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네요.
하지만 저라도 살아야 할 것 같네요.
아 밤공기가 내 살을 파고들어요.
반가우면서 조금 두려워요.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요.
그럼 고마웠어요.
미안했고요.
잘지내요.

오늘의 한강물은 몇도인지 아시나요?

___________

@UX2mau
@유마유

🗒️ 문뜩 생각났어요. 모두가 인생의 승리자일 순 없다는 것이
승리자가 있으면 당연히 패배자가 있을거예요.
이번 소설은 그 패배자의 이야기를 써봤어요.
모두가 승리자일 순 없지만, 미래는 모르잖아요!
노력하면 언젠가 이루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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