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5 11:44•조회 69•댓글 2•이다음
# 백현재
"뭐, 카메라 울렁증? 아예 카메라 앞에 설 수가 없어?"
엄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내게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그 질문들 속에서 나에 대한 걱정은 단 한 스푼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나를 다시 촬영장으로 보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멋대로 은퇴 선언을 해버린 나를 향한 분노.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뭘 기대한거지, 나.
하지만 난 지금 그때의 내 선택을 아주 후회하는 중이다.
그때 내가 돌발 은퇴를 하지 않았더라면,
청원고등학교로 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네게 속절없이 빠져들 줄 알았더라면,
우리, 이렇게까지 아플 일 없었을 텐데.
# 성나유
초여름의 아침만이 가지고 있는 서늘하고 포근한 공기가 학교의 복도를 꽉 메웠다. 섬광같이 시린 햇살이 투명한 창문을 뚫고 들어와 눈앞이 한순간 흐려질 지경이었다.
현재 시각 7시 10분, 6개월 동안의 내 데이터베이스로 미루어 보아 지금 등교한 아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불편한 집에 천덕꾸러기마냥 눌러앉아있는 것보단 차라리 일찍 등교하는 것이 백만 배는 더 나았다.
이윽고 걸음은 '1-2'이라 적힌 팻말이 달려있는 교실 앞에서 멈춰섰다. 드르륵ㅡ, 미닫이문이 나지막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앗싸, 내가 일등…… 어?"
내 자리에 낯선 애가 후드를 뒤집어쓰고는 엎드려있었다. 내 6개월간의 데이터베이스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음… 저기."
그 애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정적이 흘렀다.
이번엔 목소리를 좀 더 높였다.
"야, 거기 내 자린데."
그제서야 그 애는 정신이 든 듯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일어났다. 그 애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나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한 걸 참아야 했다.
내 자리에 제멋대로 앉은 그 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역 출신 배우인, 아니… 정확히는 '였던' 백현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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