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봐주세요.
제가 추는 시베리아의 냉기가 가득 담긴 불투명한 선의 춤을 봐주세요.
제가 부르는 노래의 죽음과 한과 질투와 열등감을 들어 주세요. 제 열등감을 하나하나 말해 줄까요?
제게 있는 너무나 많은 열등감이 저를 자꾸만 무대의 정중앙으로 내몰아요. 그때까지는 이게 좋은 징조인 줄 알았는데, 자꾸만 제가 부르는 노래가 악역의 것으로 바뀌어요. 제가 악녀는 아니에요. 악인도 아니고요. 그저…. 현실적인 감정의 응축이 만들어 내는 독의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인 양동이 속 독이랄까요?
신기한 사실 아세요? 물 분자에서 수소였나 산소였나 아니면 내 죽음이였나 하는 원자 하나를 빼거나 더 넣으면 단백질을 녹이는 물질이 나온데요. 제 현실적인 감정도 스위치 하나가 잘못 눌려서, 어떠한 나사가 빠지거나 더 나오게 되고,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든 게 아닐까요? 제가 부른 모든 노래의 가사를 합치면 나오는 저주가 평범한 것에서 나왔다고 말해 주어요. 제발요. 안 그러면 저는 악녀가 되고 말아요. 저는 악녀가 아니에요. 그저 평범한 존재에 생기거나 없어 진 이상한 스위치랄까요?
내 곁에서 울어줘요, 웃어줘요, 화내줘요, 놀라줘요, 무서워 해줘요, 역겨워 해줘요, 오색이 담긴 감정 전부 보여줘요. 내 희곡의 완성이 될 거에요.
연극을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