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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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6 17:46조회 81댓글 0해온
| https://curious.quizby.me/URZ8…

벼랑 끝에 내몰려선 이리저리 피할 곳도 없었다. 주변은 온통 허공만이 둘러싼 곳이었고 저 아래는 바다가 있었다. 거대한 바다가 깊은 곳에 존재하였으니. 헐떡이는 숨마저 버거운데, 이곳에서 살 수 있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 귀찮게 됐네, 이거.

내 말에 웃는 네 감정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난 벼랑 끝에 몰린 쥐와 다름없었으니, 그것에 조소 흘린 것이 아닐까 하여. 고개를 살짝 기울일 뿐.

- 네 마지막도 여기서 지어야 맞는 거지.
- 너도 함께 지어야 동등하지 않겠어?

서로의 동등하다는 점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 시간들이 지금에서야 덧없는 결과를 내었다. 투박한 서로의 경쟁이 이제서야 무의미 해졌으니. 볼폼없는 결말이려나.

- 어차피 우리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잖아.

헐떡이는 숨결, 그리고 내밀은 내 손에 너는 웃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들을 뒤로하고서. 마치 이 순간이 우리의 전부인듯, 온전히 남은 마지막 조각을 회상하듯. 흐르는 이 시간마저 매섭게 흐르는데도 그 시계침 소리조차 가볍게 여겨졌다. 이 공간은 우리 둘뿐인 곳이었고, 우리뿐이니까.

- 여기까지 와서야 마무리를 짓다니.

내 말에 헛웃음을 지은 네가 우습게 보였다. 무엇인지도 모를 것을 갈망하여 구차한 이 삶을 연명하였던가.

맞잡은 그 손을 쥐고서, 뒤로 무게 중심에 힘을 실었다. 탁. 서로의 손은 꼬옥 쥐고서 우리는 뒤를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시선 속에서.

- 이게 우리의 마지막인 거야.
- 취향 참 더럽기는.

그렇게 말하는 네 입꼬리에 웃음이 남아있었다는 걸 너는 눈치 채고 있었을까. 아마 너는 영원히 모르겠지. 우리의 겨우 이어가던 삶은 멍청함이 깃들어 있었고 우리는 그것에 맞추어 살았으니까. 흐르는 음악에 맞추어야지, 그것이 당연한 운명이니.

꼬르르르

물에 잠겼다. 바다는 어찌나 거대한지 우리가 잠기는 이곳이 너무나 거대하여 우리는 잊힐 것만 같았다. 이 곳 어딘가에서 한없이 썩을 것만 같은 바다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서로가 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남지 못할 온기까지도 나누고 있었으니.

우리는 마지막 순간 속에서도 서로에게 멍청하였고 넓은 바다 안에서 맞잡은 온기를 남겼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였다. 투박한 삶을 뒤로하고서 이 온기마저 쥐고 끝이 나는 게. 어쩌면 다른 이들은 우리의 죽음마저 쫓지 않겠지. 그러니, 이 바다까지도 영원히 둘 뿐이야.

_ 함께 이 바다 속에서 잠겨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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