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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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18:33조회 31댓글 2.
누군가 말했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난다."
하지만 이 거리는 그렇지 않았다.

거리는 두 개의 문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문.
수많은 기자들과 팬들이 그 앞에서 웅성거렸다.
그 문엔 이름이 있었다.
"유명通"

다른 하나는 녹슬고 삐걱거리는 철문.
사람들은 그 문을 지나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 문엔 이름도 없었다.
단지, 종종 “거기”라고 불렸다.

이른 아침,
한 노인이 ‘거기’로 향했다.
그는 매일같이 같은 골목을 쓸고,
누군가가 흘린 말들을 조용히 주워 담았다.

“고생 많으세요.”
단 한 번, 어린아이가 인사했을 뿐.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유명通에선
한 스타가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의 신발이 닿은 땅은 기사로 남고,
그가 말한 농담은 명언이 되었다.

그가 말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누구도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보지 않았다.

어느 날 밤,
그 노인이 사라졌다.
신문에도 뉴스에도, SNS에도
그에 대한 말 한 마디 없었다.

단지, 그가 매일 쓸던 거리엔
먼지가 수북이 쌓였고,
어린아이는 조용히 속삭였다.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유명通엔 그날도 조명이 켜지고,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의 이름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거기’에서
조용히 하루를 시작했다.

— 그곳에선 이름이 있으면 사람이고,
이름이 없으면 그림자였다.
하지만 그림자도 언젠가 태양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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