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바다 위에서 천천히 부서지며 물결 위를 유리 조각처럼 반짝였다. 모래사장은 오래된 책장을 넘기듯 발자국마다 다른 흔적을 남겼고, 발목을 스치는 바닷물은 그 무늬 위를 부드럽게 덮어 잠시 후 지워버렸다. 멀리서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리듬을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모래 위에 앉아 손에 쥔 조개껍데기를 들여다보았다. 작은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이다 천천히 사라졌다. 바라보는 동안, 시간만 파도와 조용히 흘러갔다.
멀리서 친구들이 뛰며 서로 물을 튀겼다.
웃음소리는 파도에 부딪히고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나는 그 속에 끼어들지 않고, 그저 바라보았다.
지금은 달리거나 증명할 때가 아니라, 바다와 시간을 함께 느끼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눈꺼풀 너머로 스며들며 눈부신 기운을 남겼다. 바닷물 속 발가락이 느끼는 차가움과, 모래 위 발바닥이 느끼는 따뜻함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청춘이라는 시간 역시
뜨겁고 차가운 파도처럼 스치며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듯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한 걸음씩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처음엔 차갑게 느껴졌지만 곧 익숙해져 몸에 스며들었다. 파도가 발목을 덮을 때마다 마음속 매듭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멀리 수평선 위에서 햇빛이 수평선과 부딪혀 금빛 띠를 만들고, 그 안쪽으로 몇 척의 배가 천천히 흘러갔다.
내 청춘도 언젠가 바람과 물결을 맞으며 흘러가겠지.
놓친 듯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 아쉬움조차 바다 속에 잠시 흩어져가는 것 같았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바다는 여전히 밀려왔다 물러가며 반복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야 할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바다 위에서, 나는 서서히 내 파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날 오후, 햇살과 바다와 파도가 함께 내 안에 남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웃음, 물보라, 갈매기 울음, 발끝에서 느껴지는 모래와 물의 감각까지. 모든 것이 흘러가지만, 동시에 오래도록 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알았다.
청춘이란, 결국 이 바다처럼 스스로 흘러가며,
밀려오고 부서지며 남는 흔적 속에서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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