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회차 생존법칙 #1. 99번째 삶

2026-09-10 19:50•조회 33•댓글 0•유인
“세라이? 너만 죽으면 끝나는 거야. 잘 가.”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시야가 흔들렸다.
피가 입 안으로 차올랐고, 숨이 막혔다.

“왜… 나야… 또… 죽기 싫ㅇ…”

끝..

또 죽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흔여덟 번이나 죽었다.

같은 절망, 다른 방식.
칼, 독, 굶주림, 배신, 사고.
신이 있다면 이쯤에서 질려야 정상 아닌가.

이제는 더는 환생하고 싶지 않았다.
지겹고, 피곤하고, 의미도 없었다.

그러나—

번쩍.

눈부신 빛과 함께 감각이 돌아왔다.

설마.
진짜 또 환생한 거야?

이번엔… 누구지?

숨이 막히는 대신,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왔다.
몸이 작았다. 너무 작아서 손을 쥐는 것조차 서툴렀다.

“흐이이잉…”

아.

나, 아기네.

“13황녀 전하? 왜 그러세요. 시끄럽습니다.”

차갑고 무심한 목소리.
황녀라며. 방금 황녀라고 했지?

그런데 이 대우는 뭐야?

“흐어?”

“조용히 하시라니까요?”

울음을 멈추려다, 문득 손을 들어 눈앞으로 가져갔다.
희미하게 비친 눈동자.

오른쪽은 짙은 붉은색.
왼쪽은 연한 노란색.

…오드아이?

아, 설마.

" 저주받은 눈.. 유라이아 황녀를 왜 안 내쫓는 거야…”

시녀의 중얼거림이 또렷하게 들렸다.

아, 그래.
이번 생은 이거구나.

저주.
차별.
황궁이라는 이름의 감옥.

유은아는 조용히 이해했다.
아니, 이제는 유라이아라고 불러야겠지.

판타지 세계.
제국.
13황녀.

그리고 저주받은 붉은 눈.

‘98번이나 죽었는데, 설마 이번엔 그냥 당하고 살라고?’

웃음도 안 나왔다.
오히려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분노도, 슬픔도 아닌— 계산.

시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기 몸이라 표정은 흐릿했겠지만, 시선만큼은 분명했다.

‘기억해 둬.’

말로 하지 않아도 됐다.
나는 이미 수십 번의 인생에서 배웠다.

적은 처음부터 적이 아니다.
아군은 만들어야 한다.

며칠 후, 유라이아는 울지 않는 아기로 유명해졌다.
대신 관찰하는 아기로.

누가 나를 싫어하는지.
누가 무시하는지.
누가 약한지.

황궁은 잔인하지만, 규칙이 있었다.
규칙이 있으면, 틈도 있다.

유라이아는 일부러 시녀 한 명에게만 웃었다.
항상 무시당하던 하급 시녀였다.

작은 손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붙잡았을 때,
그 시녀의 눈이 흔들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정보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인다.
동정은 충성으로 바뀐다.

유라이아는 알았다.
이번 생은 혼자 버티는 생존이 아니라,

사람을 엮어 살아남는 생존이라는 걸.

그리고 붉은 눈.

저주받았다고 불리는 이 눈이,
사실은 마력을 감지하는 특이한 시각이라는 것도
곧 알게 될 것이다.

99번째 삶.

이번엔 다르다.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판을 뒤집기 위해 사는 삶.

유라이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번 생,
끝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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