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6 20:11•조회 55•댓글 4•미드나잇💜
그를 처음 만난 건 병원에서였다.
나는 지독한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의사는 심각한 얼굴로 회복 기간을 설명했지만,
내가 제일 먼저 걱정한 건 룸메이트 유무였다.
'하루종일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나
죽을 날만 기다리는 우울한 노인만 아니면 좋겠군.
물론 혼자 쓰는 게 제일 좋고.'
"이번엔 205호로 옮기시면 됩니다. 두 분 같이 쓰세요."
간호사는 밝게 말했다.
'두 분?'
그렇게 나는 그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희고 마른 손, 쑥 들어간 뺨, 링거에 의존하는 삶.
하지만 그의 눈은 이상할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가 첫날 내게 물었다.
"에베레스트. 가봤나?"
나는 피곤한 상태로 머리를 살짝 저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
"나는 꼭 가볼 거라네. 꼭 한 번. 그 눈 덮인 정상 위에 서 볼 거라고."
처음엔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몸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꿈을 붙들고 있다는 게 애처로웠다.
하지만 매일 그는 정상에 서 있는 사람처럼 이야기했다.
"베이스캠프는 춥다네. 그래도 하늘이
손만 뻗으면 신께 닿을 정도로 정말 가까워 보여.
고요하고 깨끗해. 거기선 세상도 아주 작게 보여."
하루는 내가 물었다.
"다 다녀온 사람한테 들은 거예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계속 꿈꿨지."
그의 눈동자는 정말로 그 풍경을 본 것처럼 빛났다.
그 순간, 나는 조금 흔들렸다.
'정말 오를 수도 있는 거 아닐까' 하고.
며칠 뒤, 그의 몸은 급격히 나빠졌다.
호흡도 버거워 보였고, 대화는 점점 줄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의 마지막 기억은 적어도 산 정상에 서 있는 모습이면 좋겠다고
그래서 나는 조간신문의 기사를 조작했다.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연도, 이름.
적당한 모험 사진에, 거친 바람을 배경으로 합성된 얼굴.
그리고 깨끗한 인쇄지에 남긴 글.
"Franklin Doyle(프랭클린 도일) 씨,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
그걸 들고 병실로 들어가 그에게 보여줬을 때,
노인은 미약하게 웃었다.
"이게... 뭐야?"
"기사 났어요. 선생님, 해내셨어요."
나는 말했다.
"이름도 났고, 기록도 세우셨어요."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들었다.
그 너덜너덜한 조간신문이 그의 눈물에 젖었다.
"그렇군. 내가... 정말 해냈구나."
잠시 숨을 골랐던 그는 이불 위에 손을 올려두며 말했다.
"정상이... 생각보다 조용하군. 바람이 차갑고... 하지만 참, 좋다."
삐-__
그날 밤, 그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인위적인 소음과 차가운 조명 사이에서,
그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행을 마친 얼굴이었다.
그의 오른손은 여전히 그 기사를 쥐고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그가 옳았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높이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꿈은 그가 믿은 그 순간에, 분명히 현실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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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제가 영어 관계대명사 파트 공부하다가 예문 문제보고 막 생각 나서 적은 소설이랍니다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𝕀 𝕞𝕖𝕥 𝕤𝕠𝕞𝕖𝕠𝕟𝕖 𝕨𝕙𝕠𝕤𝕖 𝕕𝕣𝕖𝕒𝕞 𝕚𝕤 𝕥𝕠 𝕔𝕝𝕚𝕞𝕓𝕄𝕥. 𝔼𝕧𝕖𝕣𝕖𝕤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