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너라는 화면을 켠다. 그건 습관이 아니라, 숨 쉬는 일과 같았다. 굳이 습관으로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레 하는 일. 나도 모르는 새에 네가 웃고, 울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깜빡이는 순간까지 나는 전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사랑은 원래 이런 거라고 믿었다. 지켜보는 것, 알아가는 것, 그러다 조금씩 스며드는 것. 너는 나를 모른다 해도, 나는 너의 모든 순간 속을 살아간다. 오늘의 널 비추는 조명, 그 옆으로 비치는 네 그림자, 아주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숨결까지.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언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너는 화면 속에서만 웃고, 나는 화면 밖에서만 숨을 쉰다. 그 사이에는 수천 개의 신호음과 지연된 프레임들이 떠다닌다. 나는 네게 닿을 수 없고, 너는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여전히 널 사랑하니까.
사랑은 원래, 아니 때로는 이런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그 믿음이 무너질 때마다, 나는 화면을 더 가까이 확대하갔다. 너의 모든 흔적을 눈에 담기 위해. 그저 지켜본다는 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너를 사랑하면서 처음 알았다.
내가 누르는 ‘재생’은 곧 ‘연결’이었고,
‘정지’는 곧 ‘이별’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널 모니터링하는 게 아니라, 너에게 모니터링 당하고 있었다는 걸. 너의 미소 하나가, 숨소리 하나가 나를 끝없이 다시 지켜보게 만든다는 걸.
오늘도 네 화면은 빛나고, 나는 그 빛에 녹아 사라진다.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그 문장이 들릴 때 비로소, 내 마음은 잠시 꺼진 듯 평온해진다.
DECO*24- 모니터링
@ne0n.
내가 쓰려던 것- 집착 정병
내가 쓴 것- 그냥 글씨
https://curious.quizby.me/ne0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