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3 12:32•조회 73•댓글 3•RmN
/ 백업
심야, 플래쉬에 비추어진 처참한 소녀의 잔상.
가방의 안에서 부서진 밤이 좋았어
신데렐라 마법에 걸린 듯 12시 괘종시계 울리면
한심할 정도로 하얀 날개 가진 파수꾼들 밤을 넘고
가엽게도 끊임없이 울리는 종소리는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를 떠올리게 해
플래쉬는 이미 꺼진 지 오래지만 초침은 멈추지 않아
플래쉬가 꺼지기 전에 이미 입을 가득 매운 카메라필름
이 거리가 잠들기도 전에 또다시
누군가의 발자취를 찾고야 말지만 또 밤을 넘고
박자 맞춰 흔들리는 발걸음 흩어지는 수영장 냄새
외로워서 밤의 중간 곁에 있어줄 천사를 찾는 검은 털실은
사로잡힌 채로 소녀의 참상 옆에 앉아 밤을 넘는다
—
1년이 벌써 지나갔는지 그날의 모양으로 변해가는 세계
앞머리가 너무 자라버려서 앞이 보이지 않는 정도
모든 것은 꽃다발 속 꽃말처럼 이루어지고
기적도 절망도 구원도 타락도 가을 낙엽 위에서
변해가는 나무의 색 사이에서 피어난 꽃은 다른 계절보다 좀 더 진한 색채를 품고
여름에 팔랑이며 흔들린 마음은 갈팡질팡 바뀔 생각 않고
이미 어떻게 되어버린 듯하지만 그래도 사랑과 웃어주길 바래
부디 이 날이 사라진다 해도 잊고싶지 않은 추억이 있으니
사랑으로 공명하는 빗방울의 소리를 타고 널 향한 소원
멋대로 덮어씌운 더이상 바뀌지 않을 타임라인의 위에 서서
돌아오지 않는 바뀌지 않는 가짜 사랑 위에서 탭댄스를
수영장 레일 따라 헤엄치는 선수처럼 추억의 풀장에 뛰어들어
하얀 책상 위에 새빨간 토마토 하나 올려놓고 초점은 바닥으로 맞춰 셔터를 찰칵
쓸데없고 시시한 사랑의 추억 팔고 가을비가 되어
—
너는 왜 나를 여름에 두고 떠나버린 거야?
내가 이제는 질려버린 거야? 아니면 싫증났어?
그렇다면 어떡하지…
난 너를 아직도 너무 많이 좋아하고
너만 생각하면 낭만이 미친 듯이 요동쳐
너가 없는 미래는 상상하기 싫을만큼 괴로운걸
이번엔 너가 먼저였잖아?
너가 먼저 나를 좋아한다고
이제야 너를 알고싶어진 내가 이상하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나 상처만 가득 줄 거면
처음부터 사랑을 전하질 말던가
너가 다시 찾아와서 그 탈콤한 말을 속삭일 때 뿌리칠 수 있었어야 했는데
아직 이별을 감당하기엔 너무나 약하고 작은 사랑을 부숴버린 네가
그 사랑을 빨갛게 얼룩진 휴지에 고이 싸서 버려주지 않을래
사랑해 사랑했어
미안해 미안했… 어?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을 하나씩 하나씩
흘러넘치지 않도록 곱씹으면서
흘러넘친다면 그 모든것들 주워가면서
부디 네가 조심히 들고 가줘
안녕 한때 정말 사랑했던 사람아
사랑도 이별도 애증조차 모두 너가 고告하는구나
봄꽃에 넣어 보냈던 행복이 생각난다고 해도
그걸 빌미 삼아 다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마
사랑 따윈 할 게 못 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