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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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9 20:01조회 44댓글 3유하계
금방 있으면 돌아온다 했잖아. 얼마 안걸릴거라 했잖아. 이제 너가 어디있는지도 난 모르는데, 난 계속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거야? 내 삶에 있어서 사랑이라곤, 사람이라곤 너밖에 없었는데. 그런 네가 사라지면 어떡해.

처음엔 모든 걸 잃은 기분이였다. 내 모든 것 하나하나에 너가 있었어서, 커다란 무언가를 상실한 것 같았다. 그 커다란 무언가는 내가 짊어지기엔 너무나도 커서, 감히 내가 그 상실을 버틸 수 없었다. 너의 실종은 내게 그런 의미였다. 첫 날 안왔을 땐 그러려니 했다. 이따금 하루이틀은 집에 안오는 날이 있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너는 사흘, 나흘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서 나도 모르게 죽어버린건지, 아님 정말 내가 지겨워 떠나버린건지. 사실 너가 내 곁이 아니어도 살아있기만을 바랬다. 너가 나흘째 안왔을 때는 부디 후자이기를 그렇게 빌고 빌었다.

사라진 너를 대신해 나는 너가 되었다. 너가 항상 차고 다니던 팔찌를 두고간게 보여 내 팔에 찼다. 네가 가지고 다니던 모든걸 내가 가지고 있자하니, 정말 네가 된 것 같았다. 언제나 난 네가 되고싶었고, 너의 곁에서 너를 닮고 싶었는데 네가 사라지고나서야 이렇게 네가 되었다. 나는 네가 사라진지 일주일쯤이 지났을 때, 네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넌 죽지 않았을거라 믿었다. 넌 죽지 않아야했다. 어디선가 나타나 네 행색을 하고 있는 날 보고 웃어줘야했다.

간절히 바라는 건 꼭 이루어진다고, 긴 시간 염원할만한 소중한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고. 가을밤 낙엽 하나를 주워와서는 갈색빛 낙엽을 만지작거리며, 너는 내 무릎 위에 기대어 그런 말을 했다. 내가 바랐던 건 하나뿐이였다. 긴 시간을 염원했고, 간절히 바랬던 내 단 하나의 소원은 그저 죽을 때까지 너와 함께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내가 덜 간절했던건지, 아님 시간이 부족했던건지 넌 이미 떠나버렸다.

그래서 내가 너가 되어서,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신 돌아갈 수 없는 미완의 청춘의 너를 따라했다. 네 작은 습관, 말투, 살짝 높은 목소리까지 모든 걸 따라했다. 정말 너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내 몸 안에 두 가지 자아가 있는 것처럼. 이윽고 완벽하게 널 따라해 주변인들도 날보고 내가 어딨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뿐이였다. 이전보다 더 커다란 외로움이 날 감쌌다. 네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 사실이 다가올수록 나는 더 너를 따라했다. 완전한 네가 되어버릴 생각이였다. 그러면 덜 외로울거라 생각했다. 나를 잃어버린채로, 네가 되었다. 이제 내가 잃어버린 건 네가 아닌 나라고, 죽은건 네가 아닌 나라는 착각이 들만큼.

아니, 죽은건 나였다.
나는 네가 되었다.
이내 너와 나는 한 몸이 되었고, 우리 둘은 영원을 약속한 것이다. 평생을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게 맞다. 죽은건 네 쪽이 아니라, 내 쪽이였다. 나는 죽은것이다. 이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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