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9 16:27•조회 36•댓글 0•8710
3학년 2반, 교실 맨 뒤 창가 자리엔 늘 조용한 아이가 앉아 있었다. 이름은 윤서. 누구와도 크게 어울리지 않았고, 쉬는 시간엔 책을 읽거나 창밖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처음엔 다들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존재감이 희미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시를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었고, 윤서가 제출한 시가 교실을 뒤흔들었다.
“햇살은 조용히 내 책상 위에 앉는다 말 없는 친구처럼, 나를 바라본다 나는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었다”
선생님은 그 시를 칠판에 써 붙였다. 아이들은 웅성거렸다. “이거 윤서가 쓴 거야?” “진짜야? 대박…” 그날 이후, 윤서는 조금씩 달라졌다. 누군가 먼저 말을 걸었고, 윤서는 조심스럽게 웃었다.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윤서의 시를 읽고 싶어 했다. 그는 매주 금요일마다 짧은 시를 써서 교실 뒤 게시판에 붙였다. 아이들은 그 앞에 모여들었고, 윤서는 더 이상 조용한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윤서는 여전히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햇살이 그의 책상 위에 앉을 때면, 그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말 없는 친구와 함께,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