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며 한번 웃었다.
물론 넌 날 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표정도 그냥 멍청이처럼 귀여웠다. 그래도 너는 웃는 게 더 이쁜데 말이야. 마지막엔 좀 웃어주지.
너는 애열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애열이 가득한 미소로 널 쳐다봤다.
너는 이해가 안 되는 듯, 날 바라보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이해가 안 되는 멍청이를 위해 바보처럼 웃었다.
" 읍, 으욱, 아 - .. "
입모양이라도 보여주려고 입을 벌렸지만, 입을 벌리자마자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앞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하며 뒤로 물러났고, 너는 끝까지 날 지킨다는 듯이 내 앞에 있었다.
너한테 험한 꼴을 보여주었다. 어쩌지, 나 때문에 이걸로 트라우마가 생기면 안 되는데. 씩씩하게 웃으며, 애열로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입에서 피가 나온다.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숨쉬기가 어렵다. 내 목에는 칼이 점점 관통하고 있다. 몸은 축 늘어났지만, 눈은 부릅 뜨고선 너에게 시선 고정을 하고 있었다. 설마 눈까지 뽑겠어.
곧 갈 시간이 된 것 같아,
힘껏 널 보며 입 모양을 보여줬다.
사
랑
..
해
너에게 항상 닿았던 그 목소리.
그 귓가에 더 이상 울리는 목소리는 없었다.
삐이이이 - ...
귓가에서 들리는 이명소리.
귀를 막아도 계속 들린다. 손을 벌벌 떨며 최대한 막고 눈도 꼭 감는다. 계속 들렸다. 얼굴을 침대에 파묻고 버텨본다. 그만, 그만 끝나게 해주세요 라며.
삐이이이 - ..
... 끝났다. 잠잠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미친듯이 들리던 이명소리가, 이제 끝이 났다. 최대한 심호흡을 하며 귓가에서 손을 떼어냈다. 손은 계속 내 정신을 표현하듯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공허하다.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공허했다.
빈 공간에 나만 있는 기분이다.
폰을 키니, 시간은 오전 4시 43분.
시간을 뚫어지게 보다가,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눈은 운 것처럼 눈가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눈은 초점이 없었다. 어떤 누군가를 눈 부릅뜨고 바라본 처럼 동공이 풀려있었으며 자꾸 피 냄새가 코 끝을 스치고 갔다.
.. 피 난 곳 없는데 말이야..
그리고 나에게 느껴져오는 애열.
그 애열이 어떤 애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너무나도 보고 싶다는 감정만은 확실했다. 전 애인과 헤어질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내 손만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살아있다. 난 분명 살아있는데, 왜 이렇게 죽었다는 그 기분이 들까.
마지막 목소리가 더 이상 울리지 않는다.
코 끝을 스쳤던 피 냄새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 하.. 내가 미쳤지.. "
왜 갑자기 이명 소리가 들렸고, 이런 감정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요즘 너무 무리를 했나? 아직 할 일 많은데. 병원이나 빨리 다녀올까..
그때 시각은 한 시간이 더 지난 5시 44분.
악몽은 최대한 잊고,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아, 근데 -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 잘 있어 " 라고 하던데..
「 애열 큐리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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