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낮 요정

설정
2025-10-02 08:31조회 24댓글 0포엠
얼 것처럼 추운 겨울바람이 불어
입김으로 손가락을 녹이지 않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겨울

뜨거운 숨결은
하늘에 닿고 나서야
겨우 몸을 드러내고

하얀 공기 속에 사는 요정들은
갑작스레 들어오는 밝은 햇빛에
웃음 짓곤 커튼을 젖히겠지

손을 잠깐 데우기 위해
잠깐의 빛을 받은,
일 초 만에 사라질 운명인 것을 모른 채

아무래도 좋은 아침이라고
요정은 그렇게 중얼거릴 거야

이상하게도
금방 사라지는 하얀 세상을 보며
부러운 감정이 들었네

아주 짧은 시간 살아가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넌들, 난들 다를 게 무엇이라고
너는 오늘 아침이 좋을 것이라며 희망하고
나는 내일 아침이 오지 않기를 부르짖는가

흔적도 남지 않은 세상을
손이 어는 줄도 모르고 휘저었어

그것은 존재했던 것을 증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소리 없이 사라졌고

잠깐 빛났던 희망은
요정이 있었던 세계는
다시 내 환상으로 돌아가니

다시 평소처럼
절망을 읊게 되네

요정이 있던 세계의 기억은
꿈처럼 희미해지고
나는 잊지 않으려다가도 문득 망각하고 말아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어쩌면

허공에 일 초간 떠도는
저 입김을 보고
내가 만들어낸
삶의 환상이었을지도 모르지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