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숨 쉬지 않는다_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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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7 23:31조회 43댓글 1시원
바다에서 파도가 매섭게 일렁인다. 뭐든지 삼켜버릴 것만 같은 파도는 그대로 튀어 오르던 물고기를 덮쳤다. 꿈이 짓밟힌 물고기는 아마 다시는 물속에서 나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겠지. 처음 도전한 일이 실패로 돌아올 때, 고요하고 영원한 패배가 남는다. 그 상처로 인해 다시 도전하기 두려워서, 그만둬 버린다. 적어도 내가 본 것들은 그랬다.

감정이 메말라간다. 사람과 만나지 않은지.. 두달 정도 됐으려나. 유안이는 여전히 만나기 힘들다. 유안이의 빈자리는 탐험대 일을 하면서 채워 나갔다. 보통의 사람들은 관심을 원한다. 나도, 그런 관심이 그리웠을 뿐이다. 결국 나 역시 지극히 보통의 사람이었나보다. 감정이 마를수록 더 깊은 물 속으로 숨었다. 그곳이 유일하게 안전했으니까.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다는 건, 나의 유일한 강점인 거 같다.

바다는 모두가 아는 추악함을 가지고 있다. 이기적이고, 차가우며, 제멋대로다. 나도 비슷해 보이긴 한다. 나 또한 나 밖에 생각할 줄 모르며, 내게 자랑할 만한 점은 없다. 그저 평범한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갈 뿐이다. 내가 느끼고 있는 아픔은 지독하게 평범했기 때문에, 누구도 공감해 줄 수 없다. 나만이 알고 있는 그 아픔을 오로지 바다에 쏟아냈다. 나만큼 깊이 내려오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고요히 내 아픔을 숨겨준다. 온전히 진짜 '나'를 받아주는 점이 좋았다. 진짜 '나'의 모습을 숨기지 않아도 됐다. 바다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나를 짓누르는 아픔은 내가 숨쉬기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숨 쉴 수 있는 바다로 향한다.

어느샌가 가시 돋친 말들이 들려왔다. 복도 끝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분명 내 이름이 섞여 있었다.
° 야 윤도해 있잖아, 걔 센터 사람들 더럽다고 생각해서 밖으로 안나오는 거래-.
° 그러기엔 지도 센터 사람 아니야?
° 내 말이. 진짜 이상해.

..헛소문이 돈다. 듣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알고 싶지 않았다. 알았다 해도 울고싶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매마르지 않은 감정은, 나를 더 지독히 괴롭힌다. 차라리 말라 비틀어지는 게 좋았을텐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싫다. 이런것 때문에 우는 내가 싫다. 센터는 좁아서, 곧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쥐었나 보다. 새빨간 피는 손바닥을 타고 흘러 내린다. 편해지고 싶다. 깊은 심해 속에도 빛이 닿을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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