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6 19:43•조회 68•댓글 8•xoxo.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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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었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 세상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새 교복이 아직 낯설고, 교실의 공기는 서먹했지만
그 모든 게 설렘이었다.
그 애를 처음 본 것도 그때였다.
- ' 최겨울 '
햇살 아래 서 있던,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눈부신 봄 같던 사람.
창가 자리에서 창밖을 보며 조용히 웃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 너, 왜 맨날 창밖만 봐? "
" 그냥.. 봄이니까 "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우리의 하루는 교실과 복도, 도서관과 운동장을 돌며
조금씩 겹쳐졌다.
시험 기간의 늦은 밤, 자습실에서 나눈 짧은 눈빛.
비 오는 날, 우산 하나로 같이 걷던 거리.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가까워졌다.
하지만 계절은 늘 머물지 않는다.
수능을 앞둔 마지막 겨울.
교실은 정적 속에 가라앉았고,
우리 사이도 조금씩 멀어졌다.
서로를 향한 말보다, 미래를 향한 침묵이 많아졌다.
" 요즘엔 왜 연락 안 해 ? "
" 그냥… 너도 바쁠 것 같아서..미안 "
우리의 대화는 매일 사과로 끝났다.
졸업식 날,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각자의 길로 걸어갔다.
누구도 울지 않았지만,
모두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 애는 내 봄이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다시 볼 수 없어도
그 계절은 내 안에서 언제나 피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