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로 세워진 이 나라의 땅에서, 어찌 하늘과도 같은 왕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사흘, 나흘, 열흘... 비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아니하고,
무자비하게 내렸다.
있던 꽃도 시들어버리며, 나오려던 새싹은 흙 속에 도로 들어가며,
해만 바라본다던 해바라기는 축 늘어져있다.
땅은 물기에 흐물거리고, 하늘은 밝아질 줄을 모르며, 여간 이런 여름은 없었다.
이리 시끄럽게 하늘이 난리를 치는데,
한 송이의 꽃은 꿋꿋하게 피어나 어련히 저기에 피어있다.
-저 꽃이야말로 하늘을 능멸하구나.
하늘을 능멸하는 꽃. 능소화.
해가 없어도 피어나고,
달이 없어도 피어나는
능소화.
세상의 어둠을 먹고 싹을 피워내어 극복하오는 능소화.
여간 힘든 여름이라 헐지어도,
끝끝내 피어나고야 마는 능소화.
그 영리한 꽃이야말로 기적이랴.
BY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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