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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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1 14:12조회 11댓글 0미드나잇
나는 휴대폰을 꼭 붙잡았다.
갑자기 화면이 켜지며 진동이 울렸다.

'조별과제-24.재영'
"…여보세요?” 나는 무심하게 받았다.
"야, PPT 왜 아직 안 보내? 내일 발표잖아. 지금이라도 빨리 보내. 안 보내면 우리 다 죽는다."

다급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지만, 나는 멍했다.
눈앞에는 빗속으로 사라진 지유의 뒷모습이 어른거렸고,
동시에 내 머릿속은 과제 생각으로 얼룩져 있었다.

"...알았어. 지금 집 가서 정리해서 보낼게."
나는 짧게 대답하고 통화를 끊었다.

비에 젖은 거리, 멀어져 가는 발걸음, 마지막에 떨리던 그녀의 목소리.
그 모든 게 또렷하게 떠올랐지만, 나는 억지로 고개를 저었다.

'설마 오늘 가겠어. 적어도 한 달쯤은 더 있겠지. 아직 시간 많잖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결국 카페 문을 나섰다.
그녀를 쫓아가기는커녕, 발걸음은 집 쪽으로 향했다.

가방 속 노트북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그 무게가, 집으로 걸어가지 못하도록
그녀가 나를 붙잡는 쇠사슬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PPT 파일을 열고, 슬라이드 하나하나를 고치면서도, 머릿속은 전혀 집중되지 않았다.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 위로, 자꾸만 그녀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만약에... 우리 평생 못 보면 어떨 것 같아?"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게 죄어왔다.
그럼에도 나는 키보드 위에 손을 얹은 채, 오직 과제만 붙잡고 있었다.

몇 장의 슬라이드를 붙들며 시간을 흘려보내다, 무심코 시계를 보았다.
밤 11시 48분.

단지 한두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마치 하루 전체가 증발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시각이, 어쩐지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이미 지나쳐 버린 듯 불길하게 다가왔다.


___


오전 7시.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비가 그칠 기미도 없이 창밖을 두드리고 있었고, 책상 위 노트북은 여전히 켜진 채 멈춰 있었다. 나는 축 늘어진 팔을 더듬어 침대 옆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켜지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부재중 전화 (5:58)
지유

떨리는 손끝으로 문자를 열었다.

"나 오늘 떠날 거야. 미안하고 고마웠어. 지금 인천공항이야. 오늘 오후 2시 비행기 타. 오지 마. 사랑했어."

순간, 눈앞이 번쩍했다.
'오늘... 오후 2시.'
나는 문장을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곧 깨달았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걸. 단 7시간 남짓.

나는 핸드폰을 꽉 쥔 채, 이불을 걷어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조급하게 나를 몰아세웠다.

'아직.. 안 늦었어.'

창밖 빗소리는 점점 거세졌고, 커튼 사이로 번개가 번쩍였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문자를 한 통 보냈다.

"거기로 갈게"


___
아잇. 분량조절 이슈.. 아 진짜 제가 썼지만.. 주인공 너무 바보같아요..ㅎ
한 달 뒤에 가겠지 이런다 ㅋ큐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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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urious.quizby.me/xH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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