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집 ep.03 <화원>과 같은 세계관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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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시들어버린 화인들에게는 약간의 꽃물이 남아있다. 주로 충인들의 식사는 그런 화인들이 되곤 한다. 그리고 나비충인 베이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베이로의 눈에 어느 날 살아있는 해바라기 화인이 눈에 띄었다.
"...살아있네?"
리아모는 베이로가 자신의 꽃물을 죄다 마셔버릴까 겁이 나 뒷걸음질 쳤고, 베이로는 리아모의 아름다운 미모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저, 저를 먹으실거죠? 그, 그렇다면, 그러니까... 그... 조금만 덜 아프게..."
눈을 꼭 감고 살려달라 비는 꼴이 겁에 질린 토끼와도 같아 베이로가 피식 웃으며 리아모에게 다가갔다.
"안죽여, 너처럼 예쁜 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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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리아모와 베이로의 관계는 계약이라면 계약이였고 사랑이라면 사랑이였다. 약 한 주에 한 번씩 베이로는 리아모의 꽃물을 취했고 둘은 서로 사랑을 했다.
그런만큼 베이로는 리아모의 꽃물만을 취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날이 갈수록 충동이 드는 날이 잦아지는 건 당연한 것이였다.
"저기, 리아모. 내가... 아니다."
"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니야, 그냥."
마시는 꽃물의 양을 더 늘리게 해달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꽃물을 마실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던 리아모의 고통을 조금 더 줄여주고 싶어 양을 줄여가던 베이로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전에도 한 번 괴로워하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사랑하는 애인의 꽃물만을 마시게 되었고, 결국 꽃물을 다 마셔 죽여버리고 말았다고. 고통스러워하던 친구의 곁에서 베이로는 위로해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젠 좀 알 것 같았다. 결국 자신도 친구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을 예상한 듯, 결국 베이로는 리아모를 죽일 바엔 자신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리아모, 잠깐 나갔다 올게. 밤 늦게 올테니 먼저 자고 있어."
"네! 베이로님, 어서 다녀오세요."
생긋 미소짓는 순수한 그녀의 미소를 볼 때마다 베이로는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보임과 동시에 강한 충동이 들었다. 더 이상 리아모와 함께 있을 수 없었다. 이제 너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는 건 마지막이겠구나.
"다녀올게. 사랑해, 리아모."
"저도요."
배시시 웃는 리아모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미소지으며 베이로는 멀리로 떠났다. 충동을 참고, 또 참았다. 새벽 내내 잠에서 깼으나 그래도 참아야만 했다. 나의 사랑, 리아모를 살려야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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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아침, 그의 친구가 리아모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트리엔이라 소개했다. 트리엔은 어두운 표정으로 리아모에게 말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 밤 베이로가 아사했어."
그리고 트리엔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랑하는 애인을 자신이 죽여버리고만 이야기를.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애인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는 방법밖에 없다고. 리아모는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그런 리아모를 눈치챈듯 트리엔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떠날 채비를 했다.
"들어줘서 고마워.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 것 같네. ...안녕."
리아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리아모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는 꽃물 가득한 꽃들이 피어났고, 그 자리는 두 번째 화원이 되었다. 꽃들에서부터 태어나는 화인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아모는 눈물을 계속해서 흘릴 뿐이였다.
아아, 베이로님. 저는 베이로님이 절 죽여도 좋아요. 절 죽이고 베이로님이 살았어야죠. 저같은 화인은 아무리 죽더라도 꽃에서 다시 피어날텐데요. 베이로님, 이젠 이름을 불러도 달려오시지 않으시겠죠.
화원으로부터 벗어나 이전의 리아모가 그리도 무서워하던 충인들이 가득한 곳으로 발걸음을 조심히 옮겼다.
그리고 충인들이 가득한 곳에서 리아모는 조용히 두 팔을 펼뿐이였다.
그 후로 새로운 화인들 사이에서는 첫 번째 창조주의 전설처럼 이야기꾼들이 지어낸 두 번째 창조주,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 리아모의 전설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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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는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의 피밖에 마실수
없게 된다. 그 흡혈 충동은 나날이 강해져
마지막에는 피를 전부 마셔 죽여버린다. 그러나 그 사람의 피 밖에 마실 수 없는 몸은 변하지 않아서 흡혈귀도 아사. 상대를 살리고 싶다면 흡혈 충동을 스스로 견디고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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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5
By. 유하계
소설 공부하기 전에 쓴 글이기도 하고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올릴까 말까 수백번은 고민하다 내용을 그나마 많이 줄여 올려봐요.
아사의 뜻은 굶어 죽는다는 참 슬픈 뜻인데 어감은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요...
+ 이제보니 인어의 아르모와 아사의 리아모 이름이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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