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07:29•조회 29•댓글 0•한숨
[ 첫 만남 ]
평범한 어느 날, 고요는 시험 준비를 하러 교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도, 주말이라서 그런지 교내 도서관은 한적했다. 고요는 항상 그녀의 단골 자리인 창틀 소파 옆 구석진 책상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시작했다.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도서관은 정말 조용했다. 마치 온 세상이 고요를 위해 멈춰준 듯 했다.
그러다, 고요를 깬 소리.
"에취!"
한 남학생의 계속되는 재채기 소리가 고요의 신경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이씨, 저렇게 재채기만 할 거면 왜 왔대, 시끄럽게.'
고요는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
고개를 들고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그 애를 쳐다보았다. 그 애는 고요의 시선을 인식한 듯 멋쩍게 웃었다. 그 애는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고요는 그 애의 수줍지만 귀여운 행동에 짜증이 슬며시 녹아들었다. 할 공부를 마저 마친 뒤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그 애는 아직 있었고, 나갈 준비를 하려는 듯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요는 얼른 가방을 챙겨 그 애에게 다가갔다.
"저, 혹시 오늘 시간 돼?"
아, 이게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런 날이 튀어나왔다. 고요는 자신의 멍청한 입을 닫아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엎어진 물은 되담을 수 없는 법.
"응, 되는데, 왜?"
그 애는 무심하게 말했다.
"혹시 나랑 점심 먹을래? 내가 사줄게."
"오, 나야 좋지. 그래."
결국 자신의 실수 아닌 실수로 고요는 초면에 그 애와 밥을 먹게 되었다.
도서관 문을 잡아주며 그 애가 물었다.
"근데 갑자기 왜 나한테 밥 사줘?"
"아, 그냥 오늘 밥 먹을 친구가 없어서..."
고요는 얼렁뚱땅 둘러댔다.
다행히도 그 애는 그 말을 믿는 것 같았다.
"식당 어디갈래? 좋아하는 거 있어?"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고요가 물었다.
"난 다 좋은데, 뭐 떡볶이나 먹어?"
"떡볶이 좋지, 가자."
고요와 그 애는 학교 근처의 떡볶이 맛집으로 찾아갔다. 가는 동안 그 애와 고요는 서로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름은 호진이고 고요보다 한 살 많은 3학년 선배였다. 고요는 화들짝 놀라 물었다.
"헉, 내가 동생이네... 반말 괜찮아요?"
호진은 어색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냥 편하게 반말해도 돼."
고요 역시 자신에 대해 소개했다.
호진은 고요의 좋은 성격은 소문으로 들어봤다고 했다.
"에이, 아니야."
고요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 떡볶이집에 도착했다.
"나 많이 먹는데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그 말을 신호로 삼듯, 호진은 재빨리 주인 아주머니에게 떡볶이 3인분, 순대 1인분을 주문했다. 고요는 눈이 동그래져 호진을 바라보았다.
"아... 내가 좀 먹는 걸 좋아해서."
호진이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갓 만든 듯한 떡볶이와 순대가 나왔다. 우리는 미끌미끌한 떡을 잡기 위해 젓가락으로 고생하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거 너 먹어."
마지막 남은 순대를 호진이 고요에게 건네주었다.
쿵. 고요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아니야, 선배 먹어. 나 배불러."
"진짜? 그럼 내가 먹는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호진과 고요는 헤어졌다. 고요는 혹시 몰라 호진의 전화번호를 따두었다. 호진과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동안, 고요는 자신의 심장이 우당탕탕 뛰어대는 걸 느꼈다.
'하, 나 왜 이러지... 내가 저 선배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애써 흥분한 마음을 짓누르며 고요는 집으로 들어갔다.
호진의 재채기 소리, 웃음 소리가 계속 고요의 귀에서 들려왔다.
'...내가 호진 선배 좋아하나?'
고요의 생각이 그곳까지 이르자 고요의 얼굴이 붉어졌다.
고요는 다음 주에 호진 선배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물론 책을 좋아한다는 호진 선배에게 책을 빌려주겠다는 핑계였지만. 고요는 그렇게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뜨는 해를 맞았다.
하지만, 고요는 그날이 고요를 무한한 구렁텅이에 빠트릴 날이 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