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ゆずは(유즈하)! 이쪽은 なおき(나오키)야. 오늘 방과후에 같이 고물상에 들러서 자전거도 받아야 하고, ゆずは(유즈하)와 같이 저녁도 먹고싶어. 혹시 괜찮다면, 같이 데이트 하지 않을래? (ps. 내가 사는 저녁이야:>) '
아니, 이건 정말 꿈인가. 꿈일거다. 꿈이 아니고서야 이리 위험하고도 아찔한 일이 내게 벌어질리가.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텐동을 좋아했고, 그 텐동 가게는 학원가가 아주 많은 번화가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다면, 수많은 なおぎか(나오기카)들이 なおき(나오키) 선배와 나를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책가방에서 전에 학교에서 나눠줬던 안내장을 꺼내 한 구석을 찢어 펜을 들곤 무언갈 적기 시작했다.
– ' 존경하는 なおき(나오키) 선배, 이쪽은 ゆずは(유즈하)예요. 정말 죄송하지만, 학교 끝나고부터 바로 학원이 있는 바람에 저녁식사는 어려울 것 같아요. 대신 さき(사키)라는 제 친구를 소개시켜 드릴테니 さき(사키)와 함께 드시는 것은 어떠세요? 정말 좋은 아이거든요. 저와는 나중에 시간이 맞을 때 같이 드셔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만. '
그렇게 모든 글들을 적고 처음부터 읽으며 열심히 검토하고 있던 그때,
– ゆずは(유즈하)? 뭘 그리 열심히 적는거야?
さき(사키)였다.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과 이야기를 끝내고 온 모양. 나는 내 쪽지들을 슬며시 팔로 가려 さき(사키)를 맞았다. 다행히도 さき(사키)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새였다.
– 응? 아니야. 그냥 Today List(일과 목록) 같은 느낌? 근데, 아까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께 불려갔잖아.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께선 뭐라셔? なおぎか(나오기카)에 대해서 얘기하셨어?
さき(사키)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 말도 마, ゆずは(유즈하)!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께서 なおぎか(나오기카)를 공식 동아리로 만드실 계획이시래! 정말 미쳤어. 이제 어디가서 비공식 팬클럽이라는 말을 그만 들을 수 있어!
なおぎか(나오기카)의 공식 동아리 전향이라... さき(사키)가 생각치도 못한 주제를 들고오자 나도 조금 당황했었나 보다. さき(사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なおき(나오키) 선배에게 썼던 내 쪽지, 그리고 なおき(나오키) 선배가 주셨던 쪽지를 그대로 교복 주머니에 쑤셔 넣었으니.
– 그 악독한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께서? 도대체 왜? なおき(나오키) 선배를 많이 총애하셨나.
さき(사키)는 방긋 웃었다.
–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도, なおぎか(나오기카)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비공식으론 감당하기 어려울 상태가 되니까 그런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경사야, 경사. 당장 우리 なおぎか(나오기카) 단체 라인(Line, 일본 메신저 앱)방에 공지로 올려야겠어! 우리 なおぎか(나오기카)가 공식이 된다고!
하지만 영 이상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수행평가 전체를 0점으로 주는 그 악덕 선생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이 なおぎか(나오기카)를 공식 동아리로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고? 그것도 먼저?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 왜인지 なおき(나오키) 선배의 권력에 세게 들어갔을 것만 같은...
– 아, 정말? 좋겠다. なおき(나오키) 선배도 좋아하시겠네.
영혼 없는 대답 같다고? 난 지금 되게 부러운 눈빛을 하며 최대한 놀란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앗, 물론 さき(사키)도 여러분과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지만.
– ゆずは(유즈하), 역시 영혼 없는 대답. 그래도 고마워! 그리고, 나 오늘은 꽤나 바쁠거야. 공식 동아리 준비 때문에... 미안해, ゆずは(유즈하)!
さき(사키)는 기도하듯 손을 앞으로 모아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다. 당연히 공식 동아리 전향은 바쁠 것이 분명한데. 나조차도 さき(사키)가 먼저 바쁠 것이라 얘기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 아니야, さき(사키). 하루 정도는 혼자 밥 먹을 수 있어. 동아리 준비 잘 하고, 나중에 보자.
さき(사키)는 나를 꼭 안곤 손을 흔들며 2はくにょん 7ばん(2학년 7반) 밖으로 나갔다. 이제 정말 나 혼자 남은거지.
*
쉬는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なおき(나오키) 선배의 쪽지와, なおぎか(나오기카)의 공식 전향까지. 하루동안 일어나도 다사다난했다고 생각할 일들이 전부 15분 안에 일어났다. 쉬는 시간이 이리도 짧았나, 싶을 만큼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 いあわせ(이아와세) 고교 2はくにょん 7ばん(2학년 7반)아, 수업 시작했다, 일어나!
종소리도 못 들었는데, 이런, 첫 수업부터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이라니. 수학 망할.
– ゆずは(유즈하), 언제까지 엎어져 있을래? 너도 수행평가 0점 받고싶냐!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은 나는 얼른 책상 서랍에서 수학 교과서를 찾아 들었다.
– 자, 다들 칠판 봅시다. 우리 진도를 수열까지 나갔던가? 아니, 아니면 행렬 마지막 진도?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이 진도를 확인하는 그 찰나의 순간마저도 나는 내가 바깥 창문에 가까운 자리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넓고도 새파란 하늘, 바로 아래 운동장에선 학생들이 체육 활동을 하고 있었다.
– ... ?!
아니, 자세히 보니 なおき(나오키) 선배네 반이었다. 3학년 2반. 그리고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이미 수업 시작 전에 한바탕 뛰었는데 땀 범벅이 된 머리칼과 이마, 빨간 체육복, 노란 형광색 축구화가 조화를 이뤘다. なおき(나오키) 선배, 퍼스널 컬러가 체육시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 반 층이 운동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3층이라 다행이었다.
– 잘생겼다...
귀가 정말 밝은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에게도 안 들릴 정도로, 정말 작게 말했다. 안 말하면 죽을 것 같았다. 그 만큼 잘생겼었다.
– 거기, ゆずは(유즈하)! 자꾸 어딜 보는거냐. 창 밖 보지 말고, 칠판이나 좀 봐라.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 쓸데없이 시력은 좋으시다니까. 나는 그제야 자리를 고쳐잡... 기는 커녕 곁눈질로는 계속 なおき(나오키) 선배를 보고 있었다. 내 자리는 なおき(나오키) 선배를 보기에 너무나 명당이었다. 저 발개진 두 뺨이 마치 내 심장 같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 선배가 나를 보지 못하더라도 한 번만 인사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곧 현실로 바뀌었다.
나는 あおいた(아오이타) 선생님이 칠판에 필기를 하시느라 보지 못하는 틈을 타 몰래 なおき(나오키) 선배에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보지 못했을거다. なおき(나오키) 선배 시선에서는 내가 점만해 보였을거니까.
– ...!
なおき(나오키) 선배가 활짝 웃고 있었다. 나에게 두 팔을 벌려 손을 흔들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