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안톤 이바노프다. 드미트리 이바노프와 마리아 이바노프에게서 나온 나약해 빠진 아들로, 강자를 동경하였다. 강자는 근본적인 동경의 대상이오, 영웅과 악당 사이의 선택권을 가진 자였다. 강자들은 전부 인간에게서 격렬한 감정을 이끌어 냈다. 강한 자는 늘 인간들에게 사랑과 증오라는 관심을 쌍방향으로 받으면서 살아갔다. 강자들만이 사랑과 애증 사이 선택할 수 있는 존재였다. 나도 선택하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지 선택하고 싶었다. 강자는 강한 힘으로 자신과 주변에게 영향력을 퍼뜨렸다. 나는 최소, 최소, 최소한 나의 모든 일에 대한 영향은 나만이 끼치고 싶었다. 나를 보호하지 않는 보호자가 내가 어떤 삶을 사는 어떤 존재가 될 지 정하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반면, 약자는 아무것도 못한다. 약자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약자는 자신이 영웅이 될 지, 악당이 될 지 선택할 수 없었다. 아무도 약자의 도움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약자의 도움은 곧 손해 보는 방해였다. 오히려 보답이라는 억압만이라는 잔재만이 존재했다. 약자는 자신이 사랑 받을 지, 증오 받을 지, 선택할 수 없다. 아무도 약자에게 격렬한 지지와 의심과 관심 따위는 없으니까! 약자는 그저 동정 혹은 무시를 받는 존재이지, 사랑 받거나 증오 받을 수 없었다. 동경은 당연히 받을 수 없다. 그 누구도 약해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지. 아무튼, 나는 나약해 빠졌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나를 때리는 보드카 병을 막을 수 없었다. 나에게로 날라오는 성인 남자의 주먹을 막을 수 없었다. 내 몸을 흐느적거리는 푸른 멍자국들에 대하여 어찌 대처할 수 없었다. 매일 줄어드는 내 식량에 어찌 대처할 수 없었다. 내 증오와 동경과 살인 충동과 자살 충동과 자기 연민과 자기 혐오와 공동체를 향한 배신감과 희망 없음을 느낀 공허가 섞인 감정들을 다스릴 수 없었다. 매일 밤 늘어나는 멍자국이 내 등을 흐느적거리면서 내 정신으로 퍼지는 일을 두고만 봐야 했다. 그 밤이 부르는 폭력이 내 온몸을 하나의 창처럼 관통하는 일을 참아야만 했다. 폭력의 창은 매서운 속도의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전사였다. 눈을 감고 괜찮은 척 한다. 눈을 감으면 모든 게 꺼진다. 엑스트라인 나의 삶도, 주인공인 강자들의 삶도, 주인공인 강자를 건드리지 못하여 엑스트라인 나를 괴롭히는 나의 아버지도, 이를 방관하는 또 다른 엑스트라임을 보드카로 잊으려는 나의 어머니도, 전부 꺼진다. 나의 행동 한 번에 전부 꺼진다. 이는 약자들만의 해결 방법이었다. 약자들은 자신의 삶 전체를 끄면서 강자들의 영향력을 막을 수 있었다. 귀를 막으면, 강자들의 목소리는 약자들의 귀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드디어 무의 세상이 온다. 약자들과 강자들이 모두 공평하게 없는 무의 세상이 온다. 모두 공평하게 무가 된다. 약자의 운명을 거스르고 무와 공허가 부르는 곳에 초대 없이 난입한다. 나는 강자가 꿈이었다. 나는 강자가 되기 위해 시간의 흐름에 내 몸을 맡겼다. 언젠가, 머리가 잘 돌아가고 몸이 튼튼한 성인이 되어 심판과 정의의 강자인 경찰이 되는 시간의 흐름으로 가기 위해 그곳에 내 몸을 맡겼다. 흐름이 거칠고 매서워, 몸을 제대로 가누지 않으면 바위에 몸이 찔릴 수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버텼다. 계속 해서 버텼다. 점차 키가 커지고, 몸이 튼튼해지며, 현명하게 머리를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경찰을 위한 조건들을 하나, 둘 충족해 나간다. 경찰을 뜻하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을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경찰 학교에 들어가서 기필코 강자가 될 것이라 믿고 학교에 들어갔다. 학교에서의 공부 또한 문제 없이 끝냈다. 첫 서류와 현장이 난무하며, 내 인생에 악이 드리워 지는 업무들 또한 문제 없이 끝냈다. 직위가 높아지기 위한 계속 되는 업무 성과를 향한 암투 또한 문제 없이 끝냈다. 그 때 전까지는 모든 걸 문제 없이 끝냈다. 마침표를 맺기 전 길고 긴 문장을 거침 없이 쓰다 보면 좋은 문장과 함께 마침표를 찍고 다음 문장을 쓸 기회가 찾아론다. 마침표를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쓰고 나면, 다음 문장이 나온다. 또 좋은 문장을 쓴다. 다시 마침표를 찍는다. 이를 반복한다. 제복에 잉크가 묻지 않아야 한다. 순수한 정의와 심판을 상징하는 공정한 셔츠는 검은색이지만, 이 적갈색 잉크를 만나면 잉크가 붉은 핏자국처럼 제복에 남기 마련이다. 나야, 그런 일이 없었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훗날 일어났다. 훗날, 나는 공정함괴 순수함과 정의와 투쟁과 믿음과 신뢰와 이 모든 걸 관장하는 심판자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할 일이 생겼다. 강자인 내가 약자를 짓누르고 이익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을 하였는 지, 나는 고백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