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수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였지만, 그의 삶은 그가 알지 못한 채 이미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난 후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 준비를 하며, 일상에 묻힌 채로 죽은 형 민재의 사건을 떠올린다. 민재는 몇 년 전, 끔찍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죽음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한수는 형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는 직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직도 정신적으로 그 사건에 얽혀 있던 이유는 더 깊은 곳에 있었다. 일련의 이상한 꿈들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 그는 항상 민재와 함께 있었다. 민재는 그에게 울부짖으며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했지만, 한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 사건이 자신과 민재에게 끼친 영향을 상상도 못할 정도로 크게 남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민재의 죽음과 관련된 흔적을 추적해가던 중, 한수는 점차 자신이 기억하는 민재의 사건이 실제로는 자신이 겪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형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이, 자신이 겪었던 과거가 아니라는 생각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문득 한수는 이상한 직감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이 단지 형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민재의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상충하는 기억들이 떠올랐다. 민재의 얼굴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 그는 정신없이 사건을 쫓고 있었지만, 점점 더 그 사건의 진실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었다.
그는 마침내 사건이 일어난 그 날, 민재가 그와의 대화 중에 자신에게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 기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기억은 점점 더 흐려져 갔다. 그리고 문득, 한수는 자신이 떠올린 기억 속에서 “민재”가 더 이상 자신이 아는 민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항상 느꼈던 민재의 모습은, 바로 ‘형’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억이었다.
그날 밤, 한수는 자신이 놓친 단서를 찾기 위해 더 깊은 추적을 시작했다. 민재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수는 꿈속에서 민재를 다시 만났고, 민재는 그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어. 하지만 그 연결은 끊어져야만 해."
갑자기 한수는 충격을 받았다. 민재의 목소리가 점점 더 흐릿해지고, 그의 이미지가 불완전하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민재의 존재 자체가 그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급하게 눈을 떴다. 침대에 앉아 숨을 고르던 한수는 다시 한 번 민재의 죽음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건 그냥 내 꿈인가? 아니면…"
그는 곧 자신이 그 사건의 진실을 찾으려면 민재의 죽음에 얽힌 무언가 더 큰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가 원했던 진실은 점점 더 뒤엉키기 시작했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허구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한수는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현실인지 아니면 가상 현실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민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찾고 있다는 걸."
그의 마음속에서 민재는 더 이상 단순한 형이 아니었다. 민재는 그가 만들어낸 또 다른 존재였다.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순간부터, 한수는 더 이상 그가 알고 있던 정한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