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5 20:42•조회 20•댓글 0•하루
태양이 저물고 어두운 거리에 혼자 서 있는 나는, 다시 한 번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내게 너무 낯설었다. 거울 속에는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낯선 눈빛과 표정만이 비쳐왔다. 내 몸은 여기 있지만, 내 마음은 어디에도 없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거지?"
속으로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어느새 무언가가 되어 버렸다. 웃을 때도, 말할 때도, 나는 그저 '잘 지내는 척'만 했을 뿐이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그날, 작은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는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내 진짜 마음을 담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나를 불편해하지 않게, 거짓된 모습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가 내게 다가올 때마다, 나는 점점 더 작은 존재가 되어 갔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내 안에서 뭔가가 터질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목소리, 눈빛, 그 모든 것이 나를 움켜잡았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나의 모습을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를 어떻게 볼지 걱정이 되어 몸이 떨렸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나... 그냥 나를 보고 있을 수 있을까요? 내가 정말 누구인지, 내가 누구로 보이는지... 그냥... 궁금해서요."
그는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 표정에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지 몰랐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진희씨," 그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모습이, 내가 보는 모습이에요. 당신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그 말이 내 안에 깊숙이 박혔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매일 애썼다. 그저 '괜찮다'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나를 그렇게 바라봤을 때, 내 안의 벽이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정말로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야죠."
하지만 그 말은 내게는 너무 늦은 것 같았다. 나는 이미 나를 너무 멀리 떠나 보내버린 것 같았다.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낯설고, 그가 말하는 '나'는 내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떠났고, 나는 혼자 남아있었다. 그 말 한 마디가, 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나는 나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왔다. 내가 정말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때쯤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을 텐데.
"왜 이제서야 깨닫게 된 걸까?"
그 말에 내가 눈물을 흘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내 삶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결국 그 말 한 마디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끝내 남아버렸다.
이제야 비로소 알았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내게 사랑을 표현해도, 그것은 결국 나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다시 거울 속의 낯선 내 모습을 마주했다.
※댓글 많이 못 볼수도 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