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 있으면 시간은 빨라지더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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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8 19:19조회 32댓글 2검은
눈을 뜨면 늘 흰 공간에 갇혀 있다. 흰색 방인가 복도인가 하는 것은 매우 좁은 통로처럼 보였는데, 이 또한 단순한 방의 복도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끝없이 길어 우리는 이 공간을 흰 통로라고 부르기로 했다. 통로는 이곳에 언젠가는 출구나 문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담은 말이기도 하다.
이 흰 통로는 식량을 항상 공급해 준다. 평소에 우리가 먹던대로는 아니지만, 영양분은 충분해 보인다. 급식의 약간 어른스러운 버전이랄까? 내가 다니는 중소기업의 구내식당보다는 더 알차 보였다.
이 흰 통로에는 아무 자극도 없어 우리가 도파민을 얻는 일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는데, 가끔씩 미쳐 버린 이들은 다른 이들을 괴롭히며 도파민을 얻고는 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를 실험쥐처럼 가둔 녀석”에 대한 분노를 상대에게 투영 시키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토마스가 그 괴롭힘의 상대가 되었다. 벌써 토마스는 벽에 머리가 함몰 되어 있다. 나는 다행히도 괴롭히는 이들, 일명 불렛들의 이상형 중 이상형이었기에 불렛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흰 통로는 우리를 이도저도 아니게끔 누군가에게는 지옥에서 살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또한 하나의 기회를 받았다. 바로 흑백 버튼이다. 흑백 버튼은 말그대로 흰 버튼과 검은 버튼이다. 이게 뭐냐고? 흰 버튼과 검은 버튼은 유리창에 진열 되었는데, 유리창을 쓰다듬으면 마음속으로 무언가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흰 버튼을 모두가 누르면 모두가 이것에서 아무 보상 없이 풀려나고, 검은 버튼을 단 한 명만이 누르면 그 사람은 특별하게 100억을 받고 풀려난다. 만일, 두명 이상이 누른다면 모두가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 이 소리는 머릿속으로 나는 소리였지만, 모두가 들은 바는 같았다. 우리는 이 버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았지만, 특별히 해결할 바는 떠오르지 않았다. 버튼은 유리창 안에 있으니까. 버튼을 가두는 푸르고 투명한 유리창은 버튼들을 진열 시켰다.
우리는 이 버튼을 잊고 다시 살아가기로 했다. 어차피 버튼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시간은 원망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갔다. 불렛들은 벌써 아저씨가 되었고, 나는 벌써 아주머니가 되었다. 토머스는 어린 소년에서 벌써 건장한 남자가 되었고, 이제는 토머스에게 불렛이라는 호칭을 주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토머스는 남을 괴롭혔다. 오늘만 해도 전에 본인을 괴롭히던 놈의 머리를 바닥에 찍었다.
그러던 어느날, 토머스가 버튼들을 보러 갔는데, 유리창이 사라졌었다. 버튼은 모두 무방비하게 놓여 있다. 폭력의 회오리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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