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5 22:02•조회 71•댓글 1•必見
- 나중에, 꼭 하늘 보러 가자.
휘몰아치듯 거센 바람이 이는 바다는 나와 마리를 집어삼킬 것처럼 크게 덮쳐왔다. 바닷물 대신 그 풍파가 나와 마리 사이의 빈틈을 메웠지만 마음만큼은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 그게 언젠지도 모르면서.
마리의 말에 내가 피식, 웃었다. 내가 본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조차 모르는 건 자신이면서 헛된 망상이나 하는 저 뇌를 해부해 보고픈 충동이 심장을 꺾어냈다. 풍파는 눈치도 없이 마리의 곱슬을 이리저리 휘날리게 만들었고, 나의 셔츠 밑단이 찢어져라 불어대며 요동치는 것이 마치 마리와 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양 했다.
- 내가 그렇게 좋아?
- 응, 내 목숨보다 더. 영원히 사랑할 거야.
마리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자꾸만 심장을 뒤흔들었다. 폐정맥이 부서지기라도 한 듯이 숨 마저도 곧 멎는 것 같았다. 당장 저 통통한 입술을 잡고 달콤한 키스를 퍼붓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 영원은 없어.
마리는 늘 그렇듯 영원에 대해 확인받고 싶어했다.
- 내가 있다는 걸 알려 줄게.
이번에는 절대 마리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다. 멀어져 가는 마리의 두 뺨을 잡고 진득히 입을 맞췄다.
- 사랑해.
잿빛 하늘은 맑게 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만 확실한 하나는 알 수 있었다. 평생 마리와 내가 바라보는 하늘이 우중충하다 하더라도 마리를 향한 나의 심정은 언제나 올곧은 맑음일 것이라는 것을. 또한 마리도 내가 그녀를 평생 사랑할 것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음을.
- 마리...
마리가 곱게 갠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 언제까지 따라올 셈이야?
- 영원히.
- 영원히? 내가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늘 똑같이 마리를 포옹하고, 입을 맞추고, 애정을 확인한다.
- 응.
- 영원이라... 그래, 좋아. 가자.
이젠 더이상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이로 변하면 된다. 난간에 휘황찬란하게 걸터앉은 메리에게 내가 별빛나는 눈웃음을 보였다.
- 드디어 하늘 보러 갈 수 있겠네.
시체는 싸늘히, 사랑은 뜨겁게. 메리를 향해 매일 추구하던 나의 미(美)가 이뤄진 쾌감에 몸부림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