浪漫葬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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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0 15:40조회 99댓글 0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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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장례식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낭만의 상실, 낭만의 사망, 낭만의 삭제, 낭만의 융해.

차갑지만 따뜻하게, 딱딱하지만 말랑하게, 그 형태를 따지지 않고 이 세상에서 기록이 사라진 이후에도 남아있을 줄 알았던 낭만이 죽어버렸다. 고인의 시체도 관도 유가족도 그 무엇도 없는 장례식의 조문객으로는 나만이 유일했다.

이 세상 나만이 아는 상실, 쏟아낸 비탄, 부서진 파도.

그 순간 세상과 내 시야가 뒤집혔다. 세상이 파도가 되어 날 집어삼켰다. 파도에 휩쓸려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가 떠내려온 곳은 내가 낭만을 찾은 그 해변이었다.

문득 바다로 돌아가는 낭만을 발견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황홀하기 그지없는 광경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이윽고 낭만이 바다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그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웠던 난 허리께가 잠길 때까지 그 바다로 걸어들어갔다. 다시 한번 낭만을 느끼고 싶었던 난 닥치는 대로 바다를 먹었다. 바다의 맛은 마치 아이스크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금을 가득 씹은 뒤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었다. 파도의 포말이 입안에서 터졌고, 그 기분은 한동안 내 혀끝에 남아 있었다.

내가 먹은 바다에 아직 돌아가지 못한 낭만이 있었는지, 아니면 낭만은 그냥 바다의 일부였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바다를 먹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낭만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분명 낭만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된 건 좋은 일인데, 그 완벽한 파랑이 이번엔 아주 날카롭고 뾰족한 형태로 돌아왔다.

파랗게 보일 정도로 투명한 유리가 내 심장을 찔렀다. 내 심장을 찌른 새파랗고 투명한 유리의 이름은 낭만이었다. 낭만에 찔린 심장에서는 붉은 선혈 대신 파아란 물감 비슷한 게 흘러나왔다. 낭만에 찔린 뒤의 감상평이라면, 꾸덕한 아크릴 물감이 내 심장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숨을 쉴 때마다 눅눅하지만 여름 하늘처럼 새파란 낭만이 같이 숨을 쉬었고, 심장이 뛸 때마다 낭만의 다른 이름인 추억이 이 심장을 찔렀다. 낭만은 내 심장에 녹진하게 들러붙어 나만의 파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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