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 무엇인지 지 모르고 있는 아리따운 아가씨. 뇌에 넣을 것도 없고 넣은 것도 없는 아가씨는 번데기의 미를 죽음 앞에서 발산하네.
-의미 있는 삶을 살았는 가?
-선천적인 것들이 만든 축복을 저와 모두에게 퍼뜨렸죠. 그대를 보면 고통으로 울부 짖는 털 없는 짐승들조차 제가 지나가면 유희와 쾌락 사이 나타나는 성욕에 휩쓸려 파도 위의 용맹한 선원 된답니다.
-그것이 의미인가
-창조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내리쬘 때부터 나타난 가장 물질적이고 유물론적인 동시에, 관념처럼 박힌 의미이지 축복이지요. 당신이 그곳이 아니라 말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창조를 질투한다는 한 개의 문장을 완성할 뿐입니다.
-말곰씨가 화려하다 못해 시스투스를 섞어 약간의 오만이 있고 은방울꽃을 섞어 순수함이 느껴지는 오만으로 인한 임박한 죽음 앞 순수인 꽃다발을 터뜨리는 거대한 망상적인 폭발 사이 허무의 재조차 붉게 물들이는 군. 사상 없는 미의 사상은 자신에 대한 사랑일 뿐이지.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니, 듣기 좋네요. 그러면, 저는 곧 모두랍니다. 사상 없는 사랑 좇는 그들 모두 미학에 대한 자신의 거짓 견해 늘어 놓으며 제게 청혼하였죠. 그들의 사상 없는 미의 사상이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면, 그들이 사랑한 저는 그들인가요? 그들이 곧 전세계의 인구를 유지한다면, 저는 곧 전세계인인가요?
-헛소리 늘어 놓지 말거라. 여자들은 잘생긴 남자를 사랑할 테니, 전세계 반쪽을 너와 나눌 남자는 있다. 그리고, 과연 네가 최고의 미녀를 지녔나? 아프로디테조차 혀를 내두를? 자기애가 심한 유물론자 여자를 처리하는 방법을 나는 잘 알다 못해 이를 소재로 책도 쓸 수 있지.
-저는 고상하고 진지하며 근엄한 척 욕망 좇고 권력 좇는 남자를 처리하다 못해 그들의 인생 자체를 무너뜨리고 파헤치고 해체하여 저의 영양분으로 쓰는 방법을 소재로면 논문 수십장을 쓰고 박사 학위까지 딸 수 있답니다. 논문을 딸 대학과 분야도 정해야 겠죠? 보통 사람은 자신이 정한 분야, 즉, 전공에서 공부를 하다 이에 대한 논문을 쓰지만 말입니다. 뭐, 먼저 쓴 논문에 맞추어 대학 전공을 정해도 되겠죠. 저야 특별함 중의 특별함인 샛별이니까요. 전공은 당신이 정해 주세요. 당신이 비록 떨어져 가는 태양들을 처리하는 걸 유일한 낙으로 삼아 사랑 받은 적 없는 임종이여도.
-제 번데기만 믿는 이에게 추천할 전공은 없다. 그 전공을 믿는 다른 이들 덕에 네가 유식한 존재로 일반화 될 수 있으니. 게다가, 대학에 입학하려면 성실하게 학문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 모르는 게냐?
-그런 소리 하셔봤자 제가 머리만 휘날려도 좋아하시는 걸 전 안답니다. 당신도 결국은 사랑이 있잖아요. 아니, 욕망이라고 할까요?
아가씨, 머리카락 휘날리네. 머리칼은 칼이 아닌 칼. 푸른 제비꽃이 떨어져도 붉은 머리칼 사이 피는 남아 있네. 피가 피어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가, 아가씨에게 묻던 음유시인조차 다음날 아가씨에게 직설적인 말을 했지. 직설적인 말들은 모두 순결을 향한 여자의 새로운 도약으로 포장 된 것들이었다네. 포장을 하려 해도 나타나는 진심, 죽음에게도 있을까? 죽음도 볼 발그레해지며 꽃 아래 그녀 향한 사랑 증명할까? 증명하지 않은 사랑인가, 없는 사랑을 향한 대중의 관심인가.
-죽음이 인간인가
죽음이 노해 노래의 꽃을 그녀에게서 빼앗으려 하네. 그녀의 화려한 언변은 토론의 지혜인가, 노래에 담긴 유일한 상식 아닌 상식인가. 죽음의 노함을 막는 방법은 하나도 없네. 예전부터 나온 고전의 미학조차 죽음 앞에서는 눈물 한 방울에서 나온 파멸의 허무라고 창조의 친구들튼 말했단다. 창조가 죽음의 분노 앞에 유희의 미소를 지어도 아가씨 향한 죽음의 분노, 집념으로 변할 수 밖에 없네. 죽음의 집념은 사랑이 아닌, 욕망이 아닌, 분노이네. 죽음의 유일한 감정인 분노 앞에 분홍빛 벛꽃 터뜨려 봤자 소용 없네. 동양의 꽃들은 죽음 앞에 허리 숙여 예를 표하고 있는 형상을 보며 죽음의 분노를 아는 것은 아가씨에겐 과한 추리 실력. 유물론자들과 신과 신은 아니나, 인간은 아닌 추상적인 개념들을 향해 과소평가하는 이들이여, 주목하거라. 아가씨가 죽었다. 아가씨의 사체를 변사체로 바꾸어야 한다. 추상적인 것에 잡혔다고 할 수는 없단다. 정체 모를 변사체라고 하자. 불란서인 어디 있나, 불란서에서 온 그녀의 이름 써줄 불어 사용자 필요하다. 내피가 요청한다. 불란서 어로 써라, “마리”라는 이름이 된 단위를. 추상적 존재에게 잡아 먹혀 그 아름답고 아름답던, 빼어난 미가 향초의 밀랍에 꺼뜨려 지고 있단다. 밀랍으로 된 몰락과 노화, 이에 잠식 당하는 아가씨. 아가씨의 혈관 하나조차 안 보이던 백옥 같은 피부 자락 어디 갔나. 꽃들이 시샘하던 시상 하부가 주목하던 모세 혈관이 사랑하던 아가씨의 붉은 입술 어디 갔나. 눈물 흘려도 돌아오지 않던 메몰찼던, 그와 동시에 버드나무도 시샘하는 한올한올이 옅은 곱슬기 있던 긴 연금발 머리카락 어디 갔나. 생명과 창조를 숨기고 있던 녹색 빛나는 고귀하고 희귀한 눈동자와 이를 살짝 감추는 연금색 빛나는 눈꺼풀 어디 갔나. 오똑하게 올라 온 조각상 같던 코는 어디 갔나. 다들 어디 갔나. 추한 노파로 돌아왔네.
-모두 추하게 죽는데, 너만 어찌 사신을 유혹하여 미를 유지 하나.
죽음이 말하고 노파가 답하네.
-아……
-답하거라
-아…………………
노래 부르던 아가씨, 말 못하는 노파가 되었네. 아니, 돌아왔네. 돌아온 걸 축하한다, 노래 부를 남자 없네. 그 추한 얼굴에 모두 사기 당한 어린 양처럼 분노하네. 염소처럼 울부짖고, 양 같은 눈을 만드네. 추한 노파와 결혼할 사람 없단다. 욕망은 사랑 아니라 못 견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