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 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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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2 00:09조회 19댓글 0운먕
칠천자예용 저번 것보다 짧음ㅎ 퇴고를...안햇어여...
https://curious.quizby.me/WOON…





ㅤ산들바람이 불었다. 황금빛깔 갈대들이 바람에 이끌려 춤추는 사이사이로 꽃향기가 스며들어 향기로웠다. 보자마자 '낙원' 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는, 온 세상의 이상향. 푸르른 하늘이 높게 펼쳐져있었고, 그 아래에서 우리는 세상 여유로이 낭만을 만끽했다. '우리' 중 가장 빛나던 것은 너였다.

ㅤ-

ㅤ문 밖을 들여다보니 세상이 미친듯이 빛났다. 황금빛깔로 가득찬 창문을 보자니 괜시리 씁쓸했다. 평소보다 시끌시끌한 바깥 이야기가 궁금해져 슬금슬금 밖으로 나갔다. 왜인지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예감이 들었다.

ㅤ밖으로 나가자 안에서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보통 이 정도로 시끄럽지는 않은데. 무슨 일이 생긴게 분명했다. 시원한 바깥공기가 나를 반겼고, 순식간에 들어온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잔뜩 흔들고는 사라졌다. 정리하지 않아 부스스한 머리를 가볍게 털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았다.

ㅤ"정말 꽃이야. 신기해라!"
ㅤ"그거, 뽑을 수 있어?"

ㅤ"…그을쎄. 뽑고싶지는 않은데…."

ㅤ"하긴, 담이는 꽃을 좋아하니까."

ㅤ수많은 사람들 사이 중심에 서있는 한 남자아이. 성별과 키, 나이, 무엇 하나 다른게 없음에도 어떻게 저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저 애의 이름은 사람들이 하도 불러대기에 이 주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거다. 담은 그런 애다. 사실 별 관심 없다. 인생은 각자도생,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장땡인 법이니까.

ㅤ"어, 나도 꽃이 폈어!"

ㅤ"나도야."

ㅤ담의 주위에서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의 몸에 초록색의 꽃이 피었다. 몸에서 꽃이 피는 건 정말이지 처음봐서 놀라울 뿐이였다. (사실 이곳에선 모두가 처음 보는 광경이였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내 몸에는 아직 꽃이 필 기미가 안보였다. 다행인거지, 암 그렇고말고. 괜히 다른 색의 꽃이라도 피었다가 이목이 쏠리면… 윽, 상상만 해도 불쾌해. 순간 팔에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역시 사람은 별로다.

ㅤ-

ㅤ누가 그랬지? 꽃이 안펴서 다행이라고. 아니였다. 그건 내 인생 최대 불운이였다. 낙원이라 하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최고의 불운아! -하면 나였고 나 하면 불운아일만큼 나는 상당히 운이 안좋았다. 운이 안좋기만할까, 음침한대다 친구도 없어 항상 괴롭힘의 표적이 되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ㅤ나는 여전히 꽃이 피지 않았고, 그 망할 자식들의 몸은 꽃이 가득했다. 낙원의 연구원들 말로는 감정을 일정 수치 이상 느끼면 감정별로 다른 색의 꽃이 핀다던데 나는 왜 아직도 피질 않는건지 모르겠다. 특히 머리에 붉은색 꽃이 두 송이 핀 우두머리 자식은 항상 볼때마다 대가리 꽃밭이라고 욕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사실 속으로 몇천번은 그렇게 욕했다.) 그 다음으로 열받는건 초록색 꽃이었다. 저번에 담벼락이였던가, 땀이였나… 아무튼, 그 애 주위를 눈치보며 맴돌던 자식이었다. 그 애 앞에선 살살 아부를 떨던 자식이 내 앞에선 그렇게 센 척을 하니, 열받지 않을 수가 있나. 그야말로 강약약강의 정석이시다.

ㅤ"그러게, 꽃 좀 피우지 그랬어. 로봇도 아니고, 감정 하나 제대로 못 느끼는 새끼는 인간도 아니지."

ㅤ"넌 맞아도 싸."

ㅤ"이 정도로 끝나는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ㅤ체구도 왜소하고 부모도 없는 고아에다 불운아. 자주 들어본 소리였지만 왜인지 또래인 그 자식들한테 그런 소리를 들을때면 가슴 한켠이 시큰거렸다. 그럼에도 내 몸에선 꽃이 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말 내가 잘못된 감정을 느끼고 있기라도 한건지, 아니면 꽃은 정해진 사람에게만 피기라도 하는건지.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괴롭힘은 한달이 지나서도 끝날 기미가 안보이고, 내 꽃이야말로 한달이 지나도 피지 않았다. 나는 한달동안 제대로 된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나는 꽃 하나도 피워내지 못하는 멍청이가 맞기에, 오늘도 그 자식들에게 아무 반박 하나 하지 못하고 또 맞기만 하고있다.

ㅤ그 때 널 보았다. 이름은 그제서야 생각났다. 담벼락도, 땀도 아닌 담이였다. 담은 자신을 닮은 가득 핀 샛노란 꽃과 함께 있었다. 담이 아름다워보였다. 무채색의 공간에서, 아무 꽃도 없이- 아무 감정도 없이 죽은 듯 살아가는 나와 햇살같고 사랑스러운 저 아이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괜시리 자괴감이 들었다. 빛난다는 건 저런 애한테나 어울리는 말이겠지. 당연한 것이기에 신경쓰지 않으려했다. 그러나 환경만 제외하고는 모든게 같은 또래의 남자애에게 이런 감정은 들 수 밖에 없었다. 부러웠다. 부러움과 동시에 그 애를 다른 감정도 들게 된 것 같았다.

ㅤ동경이라기엔 조금 더 사랑스러운 감정이였고, 사랑이라기엔 조금 더 조심스러운 감정이였다. 좋아했다. 나는 담을 그 때부터 좋아했다. 담을 질투했고, 좋아했으며, 미워했다. 그 날 처음으로 주위에 사람이 가득한 담을 보며 외로움을 느꼈고, 모두가 행복한 낙원에서 나만이 불행한 이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미움을 미치도록 느꼈다. 그래서 펑펑 울었다. 내 모든 눈물을 그 날 쏟아냈다. 어릴 때 죽은 우리 엄마, 그리고 아빠. 아마 계셨다면 날 안아주시기라도 하셨을까. 나도 집밥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을까. 이 불운함 속에서 조금의 사랑이라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럼 지금처럼 꽃이 안폈다는 이유로 괴롭힘도 받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들도 모두 눈물과 함께 흘려 보냈다. 그리고 그 때쯤 내 목 언저리에 회갈색 꽃이 하나 폈다. 내가 예상하기에 그 색은 아마 외로움이였으리라.

ㅤ-

ㅤ"안녕. 이름이… 해강이였나?"

ㅤ"…어, 맞는데."

ㅤ처음 보는 색의 꽃을 피워낸 날 보고 그 자식들은 더 이상 날 건드리지 않았다. 계속 툭툭 친다던가, 잦은 시비는 계속됐지만… 세 명이서 날 발로 차던 것 보단 나았다. 그렇게 담을 몰래 좋아하며 집 근처 밖이 보이는 좁은 골목에서 나날을 보낸지 나흘 정도가 되었을까, 내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한건지 담이 내게 먼저 말걸었다. 게다가 내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역시 담은 섬세한 애다.

ㅤ"다행이다, 아니면 어쩌나했는데. 옆에 앉아도 되지?"

ㅤ"아, 응."

ㅤ그렇게 바라만보던 담이 바로 옆에 있는데 멍청한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걸어볼까 했지만 내 센스로는 역부족이였다. 그래서 담이 말을 걸어줄 때까지 기다렸다. 미래의 담이 말하기로는, 이 때 담도 내 속도에 맞추어 내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단다.

ㅤ"해강이 꽃, 색 예쁘다."

ㅤ"네 꽃이 더 예뻐. 완전 샛노랗잖아. 병아리 같기도 하고, …귀여워. 아, 꽃이 귀엽다고."

ㅤ횡설수설 말을 이어가는 나를 보고 담은 씩 미소지었다. 담의 노랗게 빛나는 꽃과 연갈색의 곱슬머리를 보고있자니 왜인지 나도 빛나는 사람이 되기라도 한 것 같아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내 손바닥이 근질거렸다. 담이 보는 앞에서 벅벅 긁을 수 없어 손바닥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손바닥 위에 담을 닮은 작은 노란색의 꽃이 피었다. 담 덕분에 생긴 꽃이라고 생각하니 기뻤다. 옆에서 본 담이 말했다.

ㅤ"어, 꽃 피었네. 방금 핀거야? 나랑 얘기해서 그런가?"

ㅤ"그런 것 같아. 고마워…"

ㅤ"앞으로도 자주 얘기하자. 노란 꽃 더 많이 피게."

ㅤ나는 담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심장이 두근거려 더 이상 입을 열면 염소마냥 떨리는 목소리가 나올 거 같았다. 염소라도 웃어줄 담인걸 알지만, 내 체면이 그걸 못버텼다.

ㅤ그 이후로는 오후만 되면 담과 이야길 나눴다. 붉은 노을이 질때면 담은 저녁을 먹으러 떠났기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이야길 나누는 시간은 적었으나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다른 날과 다름없는 날이였다. 조금 다른거라면 노을이 조금 더 늦게 졌다는 거 정도. 노을이 일찍 졌다면 달랐을까. 그럼 넌 먼저 사라진 뒤였을까……

ㅤ노을이 피었다. 담이 떠났고, 그 순간—

ㅤ꺄악—!!

ㅤ그 때였다. 담이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린 여자애의 공포감이 가득한 비명. 귀를 찌르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조심히 발을 움직였다. 황금빛이여야 할 몇몇 부분이 붉은 색으로 뒤덮였다. 나는 비명소리의 주인이 있는듯한 붉은 곳으로 갔다. 미친소리같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황금빛의 들에 핀 붉은 장미같아, 살짝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ㅤ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았다. 비명을 지른 소녀는 무릎을 꿇고 엉엉 울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담이 소녀의 떨리는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잠깐 소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녀 앞에 있는 쓰러져있는 핏덩이로 시선을 옮겼다. 잠깐, 핏덩이라고? 핏덩이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았다. 사람이였다. 꽃이 많이 펴있었다. 가장 눈에 들어온건… 오른쪽 눈에 핀 꽃이였다. 마치 터지기라도 한듯 부자연스러운 위치에 핀 꽃이 기괴했다. 소름이 끼쳤다. 꽃이 이런데도 필 수 있는거였어? 입에서도, 눈에서도, 귀에서도…?

ㅤ"눈이, 눈이 터졌어요… 방금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있었는데, 꽃이 눈에 피어버려서…"

ㅤ더 이상 소녀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담의 품에 기댄채로 쓰러진 여자를 보고있을 뿐이였다. 소녀의 몸에 푸른색 장미가 많이 핀 것을 보아 우는 것을 멈추는게 좋아보였다. …소녀도 곧 저 눈에 꽃을 피운 여자처럼 죽을 것만 같아보였다. 그만 눈물 그쳐, 하고 말하려는데 담이 먼저 입을 열었다.

ㅤ"이제 그만 눈물 그치자, 응?"

ㅤ눈물을 그치긴 개뿔. 펑펑 울던 그 소녀는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왼쪽 눈에 푸른색 꽃을 피운채로 담의 품 안에서 시들었다. 저 여자는 오른쪽, 이 애는 왼쪽… 하, 짝꿍도 따로 없네. 한편 담은 놀란 듯, 아니… 잠깐, 숨은 제대로 쉬는건가?

ㅤ"담아, 괜찮아? 다, 담아—"

ㅤ"괜찮아, 그냥… 그냥 좀 놀란거뿐야."

ㅤ아니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표정으로 괜찮다하니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담에게 이 말을 해야했다. …언제나 행복을 쫓아다니던 담이였기에 이런 말이 망설여졌으나, 담은 절대 죽어서는 안됐기에 결국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담이 죽으면 서러워할 사람이 한둘도 아니였고, 그 중 가장 크게 절망할 사람은 나였다. 당연하지, 내 삶에는 담이밖에 없었는걸.

ㅤ"이젠 행복따위 찾지 않는게 좋겠어, 담아. 너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거고… 솔직히 행복? 그거, 이 상황에선 별 쓸모없다는 거 알잖아."

ㅤ"마지막까지 행복을 느끼고 죽을 수 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행복하지 않을까? …너가 그런 말을 할줄은 몰랐는데."

ㅤ"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진짜 걱정되어서…"

ㅤ더 이상 담은 날 뚫어져라 바라보다 말을 멈췄다. 그리고 불안정해보이던 담의 손등에 보라색 꽃이 폈다. 안그래도 계속 손톱을 물어뜯다 내 말에 겨우 손을 때어낸 담이였다. 담은 지금… 위태롭다. 해바라기처럼 햇살 가득한 담이 무너졌다. 해바라기가 해를 보지 못했다. 해바라기가, 시들었다…

ㅤ-

ㅤ다시 정정하겠다. 꽃이 안펴서 다행인게 맞았다.

ㅤ그 날 이후로 나는 무너질 것 같은 폐허 안에서 갇혀살았다. 세상과 단절되어 별 감정을 느끼지 못하다보니 내 몸은 가뭄이라도 온듯 있는 꽃들도 다 시들어버렸다. 혹시라도 있는 꽃들이 다 사라지면 말라 죽기라도할까봐, 담을 계속 상기시키며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꼈다. 그건 내가 조절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이였다. 시도때도 없이 담을 그리워했지만 꽃은 그다지 많이 피지 않았다. 그렇게 살기를 싫어했는데 담이 뭐라고 내 삶의 이유가 됐다. 증오하던 내 삶을, 나는 낙원과 단절된 이곳에서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다. 몇 달간 내 몸에는 회갈색 꽃 몇 송이, 검정색 꽃 몇 송이만 자랐다. 그것 말고는 딱히 변한게 없었다. 외면도, 담을 향한 내 내면도.

ㅤ그곳에서 지낸지 딱 두 달이 지났을 무렵, 나는 이 세상이 진정 낙원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낙원이라기엔 너무나도 잔인하지 않은가. 하루에도 몇 명이 꽃을 피워 죽어나가고, 또 어떤 이들은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숨죽여 지내고 있다. 낙원이라기보단… 지옥이 아닌가?

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또 똑같은 밤을 보냈다. 노크소리가 들려온 것도 모른채로. 문 너머 날 애타게 기다리던 누군가의 숨소리도 듣지 못한채, 내가 뭐라고 난 그렇게 태평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펑, 하는 굉음이 들리기 전까지는.

ㅤ펑—!!

ㅤ나는 익숙하고도 고막이 깨질듯한 날카로운 소리에 번뜩 잠이 깼다. 슬며시 문을 열었다. 발걸음을 옮기는 바닥마다 끽끽대는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문을 열 때의 소리가 더 컸다. 끼익, 하고 열리는 문틈 사이로 보인건……

ㅤ어?

ㅤ"…담, 담아?"

ㅤ네가 왜 여기있어, 금방이라도 사라질것처럼 굴었잖아. 시들어버릴 것처럼 굴어놓고는, 나를 그렇게 애태워놓고는, 네가 왜 여기있어. 여기 있으면 안되는거잖아. 그 꽃들은 또 뭐야? 노란 꽃들 사이에 검정색꽃은 또 뭔데? 아니지? 아니라고 해. 아니라고 해달란 말이야… 왜 이렇게 피부는 또 창백해. 밖에 추운데 왜 이렇게 오래 있었어. 왜, 왜, 전부 다 왜… 왜… 왜 입에 꽃을 물고 있냐고……

ㅤ모든게 궁금증 투성이였다. 담의 죽음은 여전히 내게 믿기지 않았지만, 우선은 믿어야했다. 담은 결국 내가 있는 곳에서 죽었다. 누구보다도 행복을 사랑하는 담을 알면서도 나는 담에게 모질게 굴었다. 담은 이 망가진 낙원에서 마지막까지도 행복을 찾았다. 행복을 입 안 가득 피워내고는 이내 너무 많은 행복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런 너는 과연 마지막까지 행복했을까.

ㅤ아, 눈물이 나왔다. 감정을 억제해야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이젠 별 쓸모없다. 모든건 담이 내게 우선이었다. 그런 담이 사라졌다. 행복을 찾아, 행복을 따라, 행복이 되어, 결국 죽고야 말았다. 그냥 모든걸 쏟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눈물을 흘려보냈다. 눈물과 함께 담과의 추억도 다 사라지길 바랬다. 모든걸 잊고 싶어 발악했다. 네가 뭔데, 네가 뭐라고. 네가 뭐라고 널 내가 이렇게 사랑하게 된건지…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였다. 나는 마지막까지도 행복을 추구하던 너를 이해못했지만, 너는 그런 날 이해하려 내게 찾아왔다. 흘러넘치는 행복을 담지 못하고 모두 쏟아내버려 이렇게 되었지만, 난 너의 마지막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난 아마 모든 걸 잊어도 널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었다. 너는 무척이나 다정한 사람이니까.

ㅤ푸른빛 꽃이 무성하게 피어났다. 내 눈물이 닿은 자리에도 푸른빛 꽃이 피었다. 네 몸에도, 들에도, 내 몸에도, 모두… 푸른빛으로 번져갔다. 피투성이의 너를 떨리는 손으로 안았다. 차갑게 식은 네 몸이 정말 죽었다는 걸 체감하게 해줬다. 숨이 막혀왔다. 눈 앞이 흐려지는 것이 이제 정말 끝인가구나, 싶다. 두 달을 참아왔던 감정들을, 아니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지녀왔던 모든 감정들을 쏟아부은 것 같다. 당연히 갑작스레 수많은 꽃이 피었으니 죽지 않는게 더 이상했다. 나는 죽음을 맞이했다. 항상 따뜻했으나 차갑게 식어버린 널 품에 안고 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죽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그 순간 쨍그랑- 하고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아득한 푸름을 안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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