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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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3 21:38조회 61댓글 8ne0n.
처음엔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낮게 떨리는 웃음과, 곧 끊어질 듯한 울음이 서로 뒤섞여 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방 안을 살폈다.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평소처럼 손을 흔들었지만,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벽과 천장을 타고 끝없이 튕겨 나왔다.

곧 소리는 내 귀 끝까지 다가왔다.

한 명이 얼굴을 감싸 쥐고 흐느끼자, 곁에 있던 이는 눈을 뒤집고 미친듯 웃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이들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공간은 왜곡되었다. 그림자가 계속 흔들리고, 바닥이 울리는 듯한 느낌.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결코 현실 같지 않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계속해서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웃음과 울음, 공포와 광기.

모든 것이 한 목소리로 나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방 안의 모든 것이,

모든 사람들과 모든 소리들이 이미 하나의 존재가 되어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집단 히스테리; 집단 속의 많은 사람이 일시에 정신적 흥분, 경련, 실신 따위의 히스테리 증세를 일으키는 현상.



@ne0n. 오랜만에 정병글https://curious.quizby.me/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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