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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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3 00:58조회 51댓글 2해윤
바람이 잔잔한 오후였다
햇빛은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잔향을 남기며
나무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 속에서 한 마리의 하얀 나비가 조용히 날아올랐다.

그 나비를 처음 본 건 오래된 골목길을 지나던 때였다.
마치 세상에 있던 모든 소리를 잠시 멈추게 하는 것처럼
그 존재는 가볍고 조용하게 떠다녔다.

누군가는 그런 걸 보고 그냥 지나쳤겠지만
누군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오래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 나비는 마치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지기 직전의 한순간처럼 느껴졌다.

잡고 싶지만 닿는다면 부서져버릴 것만 같아서
손을 내밀지도 못하는 그런 순간.

나비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잠시 머물다 바람을 타듯 가볍게 멀어졌다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가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붙잡고 싶어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렇게 잠깐 머물다 떠나버린다는 것
하지만 떠났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흔적을 남긴 채 머무른다.

그날 본 나비도 그랬다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 짧은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았다.

그리고 가끔
햇빛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어느 날이면
나는 그 나비가 다시 날아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흩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듯한
그렇게 조용하고도 선명한 순간을



🎧방탄소년단-butterfly

곁에 머물러줄래
내게 약속해줄래
손 대면 날아갈까 부서질까
겁나 겁나 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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