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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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1 23:47조회 31댓글 0독빛
처음부터 알았어.
내 마음이 끝내 닿지 못할 꽃잎 같다는 걸.
그럼에도 피어나기로 했어.
누구의 손길도 바라지 않고,
오직 너에게 향하기 위해서.

어쩌면,
내 생은 너를 위해 준비된 계절이었는지도 몰라.
찬 바람이 불어와도,
눈이 내려 무겁게 짓누르더라도
네 곁에 머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어.

그래,
나는 너를 사랑했어.
마치 꽃처럼,
온 힘을 다해, 아름답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햇살이 스며드는 그 모든 날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
네 쪽만 바라보고 있었지.

누군가의 시선도,
누군가의 손길도 필요하지 않았어.
네가 내 하늘이 되어 준 순간부터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너의 무심한 하루가 스쳐가도,
그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존재할 이유를 얻었어.

그래… 그렇게 끝내는,
내가 조용히 져가는 날조차
난 하루에 하나씩 마음을 꺾어 너에게 건넸고,
그게 네겐 당연했을지라도
나에겐 존재의 전부였어.

사랑한다는 말은
입술 끝에서 꾸욱 삼켜야 했지.
그 한 마디가 네게 짐이 될까 두려워서.

그래서 난
말 대신 향이 되기로 했어.

느껴지되 잡히지 않고,
기억나되 머무르지 않는 것.

그리고 이제,
이 계절의 끝에서
나는 너의 하루속 어딘가에서
바람에 흩날려 사라져버릴거야.

하지만 괜찮아.
사라짐에 후회는 없어.

아마 사라짐이 두렵지 않은건
내가 가진 전부를 다해
널 사랑했기 때문이겠지.
짧았지만, 일분일초도 거짓 없이.

그 한순간 한순간이,
그 모든 시간이,
내게는 영원이었으니까.

그저 언젠가
네게 우연히 불어온 바람 속에서
내 향기를 스치듯이라도 느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해.

어쩌면,
넌 나의 부재 앞에서
눈물조차 흘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게 너란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내가 없다는 사실이
결국 너의 가슴을 저리게 해서
그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된다면—

아주아주 조금만 울고,
너무 많이 울지는 말아 줘.
후회와 자책으로 점철된 삶을 살지 말아 줘.

내게는 이 삶이 충분히 따뜻했고,
내 사랑이 이미 나를 다 살게 했으니까…
후회도, 미련도… 원망도 없어.

네 곁에서 웃던 날들이
내겐 가장 빛나는 계절이었고,
그 계절 속에서 피어난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사람으로 남을 거야.

그러니 부디 기억해 줘.
내가 마지막으로 소원했던 건
너의 눈물이 아니라,
네 하루 속 미소였다는 걸

그 소망 하나를 품고
나는 기꺼이 시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P.S.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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