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터진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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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0 17:00조회 79댓글 6시원
더 이상 푸른 봄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분명 지나간 어제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 종일 하늘을 올려다본 눈이 시렸다. 아무리 울어봐도 눈물은 투명했기에 흔적조차 남지 못했다. 내 모든 걸 앗아간 계절로 돌아가고 싶다.

너와 바다의 파랑성이 아직도 내 귀를 감돈다. 무모하고 촌스러운 마음을 모르는 체했다. 막상 그 마음이 사라졌을 때는 처참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낮은 담벼락을 겨우 올랐다. 그 위에서 본 풍경은 높은 벽. 나에게 청춘이란 그저 한여름 꿈의 찰나였다. 그 계절을 보내고 남은 건 나와 너의 잔해뿐인 것인가?

그 시절의 나는 너를 볼 때면 여름의 향이 떠올랐다. 뭐, 지금이라고 다른 건 없다.

여름을 내다 버리고 처음으로 베어 문 복숭아는 혀가 아릴 정도로 달았다. 과즙인지 내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손등 위로 떨어졌다. 왠지 모르게 숨이 막혀왔다. 이 감정이 도대체 뭔지 나는 잘 깨닫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속 안으로 집어삼킬 뿐이었다.

언젠가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나무는 변하지 않는구나. 괜스레 울분이 치솟았다. 늦여름의 외로운 바람이 스쳐 갔다. 그림자를 택해 올바름이 부서진 나였다. 그럼에도 푸르름을 사랑할 운명이었으니 이토록 괴로운 걸까.

덧없는 기억을 선물해 준 네가 참 고마웠다. 설령 네가 지금 날 미워하더라도, 그 감정마저 소중히 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그 마음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한적한 초가을에 복숭아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어른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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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에 올리려 노력했지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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