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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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8 00:11조회 95댓글 3구로
― 소연아, 향수 좀 바꾸면 안 돼?

― 알겠어, 바꾼다니까 왜 자꾸 그래.

― 너, 그 말만 몇 번 하는 줄 알아?

···지친다.
나는 내 여자 친구와 향수 문제로 자주 싸웠다.

나는 코가 예민하고, 반대로 여자 친구는 향을 잘 못 맡았다.
그래서 매일, 향이 독하고, 오래 가는 향수를 뿌렸다.

평소라면 그렇게 크게 화를 안 냈을 텐데···.
집에 가면, 소연한테 사과해야겠다.

― 여보세요?

― 한소연 씨 남자 친구 되시죠?

― 네, 맞는데요?
― 소연이한테 무슨 일 생겼나요?

― 한소연 씨가 뺑소니 사고에···.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 이럴 거면 오늘 싸우지 말 걸.
좋은 기억을 남겨줄 걸.

후회해봤자, 소용 없었다.

소연이는,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날 미워했겠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1주기, 그냥 슬펐다.
너무 슬퍼서, 눈물도 안 나왔다.

2주기, 아직도 슬펐다.
소연이 곁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마냥 슬플 줄 알았지만, 3주기, 4주기, 5주기···.
나는 점점, 소연이를 잊어갔다.

내 일상은 어느 정도 자리 잡혔고, 바빠서 소연이를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내 예민한 코에 독한 향수 향이 느껴졌다.

아, 왜 눈물이 날까?
이름도, 얼굴도, 모두 다 가물가물한데, 향수 향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난다.

오늘, 너에게 찾아갈게.
4년 동안, 못 찾아가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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