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어디에서나 눈부신 선망의 빛을 띄는 것 같았다. 그대를 스치는 순간 퍼지는 은은한 비누 향, 그리고 햇빛을 가득 담은 듯한 눈빛은 여전히 나를 맴돌았으니. 처음에는 작은 호기심을 심었을 뿐이었다.
다가갈수록 더욱 짙어지는 그대를 향한 기대, 그리고 그대를 향한 갈망. 그 갈망은 더욱 깊은 곳 심해 어딘가에 가라앉았고 난 골목 속에서 그대와 나눌 사랑들을 읊조렸다. 그대를 향해 애원하는 이 마음에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알아낸 그대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대를 보았다. 그대는 한없이 빛나는 중이었고, 난 골목 속에서 그대의 빛을 보고 있었다. 그대와 나를 맺을 매개체는 없었지만 그대를 보는 것으로 족했으니.
시간은 흘렀다. 나는 더 이상 그대를 향한 이 마음에 쉼터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더 이상 기다리다간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이 나를 더욱 엄습해 왔고,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뵌 것 같은데.”
그대에게 저를 드러내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고이 품었다가 꺼낸 그대를 향한 거짓말, 그리고 설탕 같은 다정한 말투. 그것에 완벽하다는 표현을 제외하고서는 설명할 방법조차 남지 않았으니. 다른 이들을 대하듯 나를 대해주던 그대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눈을 감아도 그대의 얼굴이 눈앞에 자리 잡았고, 귀를 막으면 달콤하게 들려온 그대의 목소리가 비디오테이프를 감는 듯 재생되고 있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난 그대와 나누게 될 사랑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개꽃으로 드리면 될까요?“
”네, 그 꽃으로 주세요.“
한 손에 품은 목련 꽃 한 송이를 보았다. 오늘 그대에게 사랑에 대해 고백하여 연습한 말들을 읊조리고, 오늘에 비로소 그날들에 아름다운 결말을 맺어줄 생각이었으니. 벌써 만족스럽다는 이 감정에 벅차올랐다.
아, 이제서야 그대를 품을 수 있을까. 괜히 꽃을 쥔 이 손에 힘을 쥐었다.
꽃집에서 더 걸어가자 신호등 건너에 그대가 보였다. 난 그대를 보고 다시 한번 다짐하였다. 눈을 감고서 나타난 상상 속을 스친 그 기억들은 현재의 나를 즐겁게 하였다.
현실이 될 거라는 다짐을 품고 눈을 뜨자 달려오던 트럭과 그 옆에서 걸어가던 그대가 보였다.
무언가 말을 내뱉을 새도 없이 내 몸을 달려 나가서 그대를 내 품에 안았다.
콰앙.
차가 끼이익 소리를 내었다. 온몸은 굳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시선 만큼은 여전히 그대만을 향해 있었다. 내 머리에서 나오던 붉은 피는 바닥으로 퍼지며, 그 순간 떨어진 목련에 스며들었다. 목련은 피에 적셔 빨갛게 물들었다.
귀가 아프게 앵앵거리기 시작하고, 점점 눈이 감겨오고 있었다. 그 속에서 느껴진 떨린 듯한 그대의 숨결과 따뜻한 체온이 잠시나마 차가워지는 듯한 내 몸을 녹여주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의 소리가 점차 잊혀갈 때, 그 속에서 내가 힘을 주어 작게 말했다.
“다행…이야…”
온 힘을 다해 조금이나마 올린 입꼬리를 끝으로, 눈을 감았다. 그 이상의 내 기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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