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5 20:10•조회 97•댓글 11•연지니
이른 아침, 지윤은 조용한 시골 마을로 도망치듯 내려왔다. 서울에서의 삶은 매일이 전쟁이었다. 무시당하고, 밀려나고, 결국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
"난 왜 항상 부족할까…."
지친 마음을 달래려 걷다 보니, 작은 언덕 위에 책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기억의 책방’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은은한 종이 냄새와 따뜻한 햇살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어서 오세요."
주인인 듯한 노인은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지었다. "당신이 오늘 첫 손님이네요. 어떤 책을 찾고 있나요?"
지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저 같은 사람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 혹시 있을까요?"
노인은 웃으며 오래된 책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럼에도 당신은 충분합니다』
책을 펼치자 누군가 써 놓은 메모가 보였다.
“당신이 얼마나 버텨왔는지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대단합니다.”
지윤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흐르면서도 마음속 무언가가 조금씩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책방 주인이 말했다.
"사람들은 때때로 세상이 주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자신을 잊어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많은 걸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어요. 그건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그날 이후, 지윤은 매일 그 책방에 들렀다. 그리고 자신 안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워갔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언젠가는 그녀의 이야기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책으로 남게 될 거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