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eeker (사랑을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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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3 20:50조회 31댓글 0하양히
[이 소설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장면이 있으니 주의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폭행)또한 모두 사실이 아닌 소설입니다.]

노인정에 다른 할멈들과 달리 조용히 앉아 사과 주스 팩을 쫩쫩 빨고 있는 할멈을 보았다.남자는 이곳에 처음 왔기에 상황을 알지 못했다.다른 할멈들은 친목을 다지고 있는데 그 할멈만 혼자 외롭게 앉아 허공을 보며 그저 주스 팩만 먹고 있었다.아까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때 먼저 돌봐주시던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었다.혼자 있으신 분이 없게 같이 있어드리라고.남자는 잠시 고민했다.저 할멈에게 가야되나.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혼자라곤 자신과 그 할멈밖에 없었다.다른 할멈들은 떠드느라고 남자가 온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남자가 고민하는 사이 주스 팩을 다 먹은 할멈이 먼저 다가왔다.

"왜 내게 안 오나?대부분 먼저 내게 오던데."
"마침 할머니께 가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할멈이라기보단 아줌마에게 가까웠다.다른 할멈들과 달리 40대처럼 보였다.남자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연세가.."
할멈은 예상했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너도 내가 왜 노인정에 있는지 궁금하나?"
할멈은 남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

"내 나이는 사실 나도 모르겠네.나이를 안 센지 오래라."
하곤 이어서,
"내가 7살정도 됐을때 나의 부모님은 나를 버렸어.혼자 남겨져서 떠돌이 신세가 되었었지.자네 'Org'라고 아나?"
"..압니다.버려진 아이들을 입양될 수 있게 도와주는 곳 아닌가요?"
"맞네,나는 그곳에 갔어.19살까지 보살펴주고 그때까지 입양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지.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네.Org는 19세까지 입양되지 않으면 내쫓겨.사실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Org는 학교를 가지 못하게 했네.홈스쿨링으로 대신했어.그래서 밖에 나갈 기회가 없었고 19살이 되고 그냥 내쫓기면 돈도 없고 사회성도 떨어진 채 강박한 사회에서 살아야 되지.난 18살까지 입양되지 못한 채 Org에서 살았었어.나랑 같이 놀던 아이들은 점점 입양되었어.보육사분들은 내게 입양에 대해 계속 말하셨고 나도 이대로 내쫓기면 안된다는 걸 알았어.그러던 중 내게 4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가 와서 나를 입양하겠다고 말하셨지.내겐 선택권이 없었고 그렇게 난 입양 되었어."

할멈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잠시후 무거운 한숨을 쉬며 다시 운을 떼었다.

"...그 여자의 남편은 술을 마시면 폭행을 휘둘렀어.여자는 내가 자신을 막아줄거라고 생각했나봐.하지만 나도 이런 적이 처음인지라 대응할 수 없었어.어느 순간부터 여자의 남편의 폭행 대상은 여자가 아닌 내가 됐네.겨우 다니게 된 학교에선 '사회성 떨어지고 뒤떨어지는 애' 취급을 받았어.등교할때 상처 가득한 내 얼굴을 보는 학생들은 나에 대해 수근거렸고 그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지.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20살이 되어서 얼른 이 집을 탈출하고 싶단 생각 밖에 안 들었어.."

할멈은 그때가 생각난듯,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내가 성인이 되었을때,그 여자의 남편이 죽게 되었어.아마 병에 걸려서 돌아가셨을거야.해방감이라는 기분이 처음 들었고 곧장 여자에게 갔어.'아줌마..!우리 이제 행복하게 살자,나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교도 갔고..'.기쁜 마음으로 말했는데 여자의 표정이 싸늘했어.여자..아니,아줌마는 소리 치며 말하셨어.'너 아니었으면 내 남편 죽지 않았어.다 너때문이이야 너때문이라고...!너만 없었으면,널 입양만 안 했어도 우리 남편 안 죽었어.너가 뭔데 웃어?사랑하는 내 남편 죽었는데 행복하게?장난해?'..아줌마 남편이 죽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해방을 원한다고 도와달라고 얘기하던건 아줌마였는데 내가 잘못 받아들였나봐.아줌마 남편이 죽으니 남편의 성격이 그대로 아줌마에게 갔어.매일 밤 술을 마셨고 남편의 이름을 그렇게 불러댔으며 자취하기 시작한 내 자취방에 와 벨을 누르며 '내 남편 살려내라'라고 울부짖으셨어.얼마 지나지 않아 아줌마는 아줌마의 남편을 따라 가셨어.그날도 술을 마시시고 난간에서 뛰어내리셨대.이제 정말 내 곁엔 아무도 없어졌어.2년동안 이긴해도 남편이 살아있을때까진 내게 잘 해주셨던 아줌마가 돌아가시니 오묘한 감정이 들었어.이제야 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시간은 남자가 처음 왔을때보다 1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할멈은 시계를 잠시 쳐다보니 마저 말을 이었고 남자는 묵묵히 할멈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때의 난 그 집을 벗어나려고 악착같이 알바로 모아논 조금의 돈밖에 없었어.그 상태로 대학에 가게 되었고..나는 처음으로 이성과 사랑을 해보게 되었어.그 남자는 날 진심으로 사랑해주었고 나도 사랑이란걸 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줬네.그 시간이 오래 갈 것만 같았는데..굉장히 짧았어.한 3개월 갔을거야.내가 그 이랑 100일 조금 지났을때 술을 평소에 좋아하던 그 이를 이해해 같이 처음으로 술을 같이 먹은 날이었어.나는 참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것 같더라.어쩜 하나같이 이리 똑같을지.그 이도 내게 손을 올렸어.원래 다들 술만 마시면 폭행을 하나 생각이 들었었네.그래서..내가 처음으로 한 사랑은 깨졌어.다음날 그 이가 말하더러군.'미안해,나 더 이상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그러고 얼마 안 지나 그 이는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었어.사랑이 뭔지 싶었고 대체 뭐길래 이렇게 날 힘들게 하나 싶었네."

남자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할멈의 이야기에 집중하였다.할멈은 옛날 이야기를 하며 표정이 많이 안 좋아졌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것에 신이 나 계속 이야기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사랑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어.내겐 남는게 돈밖에 없었고..같이 사랑을 연구하던 남자 한명이 있었는데 그 남자도 나랑 사연이 비슷했어.유부남이었는데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그 남자의 아내는 자신을 불행한 여자라고 생각했다네.아들이 한명 있었는데 그 아이와 자신에게 너때문이라고,아들에겐 너만 안 태어났어도..등..마치 돌아가신 나의 아줌마처럼 자신의 신세에 대해 한탄하였다고 하네.남자와 나는 통하는 점이 많았고 우린 친해졌어.서로 사랑을 연구하며 남자의 가정사를 듣기도 했고..아 물론 선은 넘지 않았지,아이가 있는 애아빠였으니까.우리가 사랑을 연구한지 한 5년 됐을때,남자의 아내가 죽었어.내 아줌마의 남편과 마찬가지로 병에 걸려 하늘로 가게 되었다고 했어.평소 자신을 괴롭게 했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연구실이 떠나가라 남자는 울었어.이해가 안 됐지..'왜?자신을 힘들게 했는데 도대체 왜?'..사랑이란 뭘까..이 주제에 대해 5년을 연구했는데 해답을 찾지 못했어.해답은 커녕 의문만 커져갔지.남자는 얼마지나 그 일을 그만 두었어.며칠을 음식을 먹지 않은 탓에 남자의 몸은 여위었고 앙상했어.남자는 지쳐보였지..그리고 연락은 그 이후로 끊기게 되었어.또 나는 혼자가 되었어.대학생때 사귀었던 친구들은 어디 갔는지 모르게 사라져버렸고 남아있던 동료 연구자도 없어졌어..난 몇십년간 혼자서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네."

남자는 흥미로운 듯 질문했다.
"그럼..사랑에 대한 연구를 끝마치셨나요?"

할멈은 남자의 질문에 잠시 멍을 때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몇십년간 연구해도 사랑이란건 알 수 없더군."

남자는 아쉽다는 표정을 할멈에게 지어보였다.
"그렇다면 왜 여기 계신.."

"자네 궁금한게 많구나.천천히 얘기해주마."
할멈은 정체모를 가방에서 새 사과 주스 팩을 건네주며 얘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그렇게 사랑에 대해 연구하며 살다보니 나는 점점 지치게 되었어.내가 이걸 연구해봤자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싶었고..일평생 난 불행한 일생만 살아왔단 생각이 들었어.더이상의 지원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이대로 가다간 굶어죽을게 뻔했네.결국 난 사랑 연구를 멈추게 됐어.돈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고 연구소는 잠시 문을 닫은채 길을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되었지..알바를 시도했는데 사랑 연구에만 몰입해 있던 나머지 몸 근육은 다 굳어버린 이 늙은이를 쓸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어..그러던 중 은행에서 연락이 오더군.알고보니 내 친부모의 유산이 내게 상속되었더라고..난 어릴적 기억이 다 날라가 얼굴도 기억 날듯 말듯한 친부모가 돌아가신걸 난 1년뒤에 알게 된거였어.어쩌면 어린시절의 나는 행복했을지 모르겠어.그때는 사랑이란걸 받았겠지..근데 왜 날 버리셨을까?한번쯤은 만나서 이야기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왜 난 그 생각을 안 했을지 몰라.이제와서 후회하는 내가 미웠어.나는 친부모를 애증했을게야..그렇게 유산을 물려받고 나는 떠돌이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어.근데 친구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내가 왜 사는지 이해가 안되더군..돈만 생겼을 뿐이지 행복은 내게선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네.계속 그런 일상을 반복하던 중에 집에 먹을 것이 다 떨어졌고 난 오랜만에 외출을 하였어.편의점에 전단지가 붙어있었는데 유독 그 전단지에 눈이 가더라.전단지에는 '노후 걱정 없이 재밌고 신나게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는 하양 노인정!저희가 돌봐드립니다....'라고 써있었네.집에 돌아와 오랫동안 생각했고 결국 난 이 노인정에 오게 되었어.사실 아직도 노후 생활을 재밌게 보내고 있는진 모르겠어서 곧 이곳을 나갈까 생각중이네."

마지막 말에 남자는 놀라며 할멈을 설득시키려 했다.
"아닙니다,저랑 같이 이렇게 대화도 하며 남은 노후 생활이라도 노인정에서 재밌게 보내시는게 어떨까요?"

남자는 당황해서 횡설수설하였고 할멈은 웃으며 차분히 반박했다.
"다시 밖에 나가 20대 때 사귀었던 친구들을 만나고 싶네.그때가 제일 나다웠거든."

"제가 뭐라 할건 아니지만 다시 지치고 힘든 일이 반복되시면 어쩌겠어요..설마 저 가방...나가려고 짐 챙겨놓으신거에요..?"
남자가 조금 큰 가방을 가리키며 말한다.저 가방은 아까 할멈이 남자에게 준 주스 팩이 든 가방이었다.

"젊은이가 눈치는 빠르네..오늘 떠나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어."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여기 계신지 채 5년도 안되신 것 같은데.."
라고 말한다.

할멈도 이에 대해 가방을 챙겨 들며 얘기한다.

"그래도 난 나가려고 해.이곳을 나가 그 친구들을 만나면..혹여나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면...내 남은 인생동안 사랑의 감정은 느끼지 못해도 행복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얼마 남지 않은 인생동안 나답게 살아보고 싶네.그러니 나를 붙잡지 말아주게.만약..정말 만약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때 다시 이곳에 오겠네."

남자는 할멈의 계속된 고집에 채 이기지 못하고 할멈을 배웅해준다.

"오늘 처음 봤는데 마지막이 되어서 참 슬프네요..행복하세요."
남자의 말에 할멈은 웃으며 대답한다.
"꼭 그럴게."

노인정을 떠나는 할멈은 무척 산뜻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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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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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좋으면 외전 가져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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