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종이 울리기 전, 그는 늘 교실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누구보다 일찍 와야, 누구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책상을 닦고 가방을 내려놓을 때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쏟아졌다.
그 소리가 닿을 때마다 깊은 곳에서 묘하게 식은 기운이 올라왔다.
누군가 작은 소리로 웃었다.
누군가는 속삭였다.
그 말들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만은 이상하리만큼 명확했다.
책상 위로 누군가 지나가며 흘린 지우개 가루가 떨어졌다.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런 작은 것들이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하나의 벽이 되어 자신을 둘러싼다는 것을.
수업 시간, 선생님의 목소리는 선명했지만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눈앞의 글씨를 읽고 있는데도
마치 물속에 잠긴 것처럼 흐릿하게 흔들렸다.
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 뒤편에서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 소리가 일부러 크게 들리도록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실제로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는 이미 ‘보이지 않는 타깃’이었다.
그는 조용히 자리를 정리해 복도로 나갔다.
누구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누구도 그가 나가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가 없는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숨 쉬는 것처럼 보였다.
물결이 일렁이는 창문 아래에 앉아
그는 손등을 꼭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따뜻함이
자신 안에서 아직 무너져버리지 않은 마지막 조각 같았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 물음은 머릿속에만 맴돌았다.
입 밖으로 나오면 더 크게 부서질 것 같아서.
점심시간, 그는 혼자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 시끄러움 속에서 자신만 조용한 것 같아
더욱 낯설고 쓸쓸했다.
하루가 끝나갈 즈음, 교실에는 노을빛이 들었다.
그 빛 속에서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바닥을 스쳤다.
그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희미해지고 있는 건가,
아니면 원래부터 이렇게 흐릿했던 걸까.
그는 가방을 들고 천천히 교실을 나섰다.
복도 끝에 다다를 때까지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그에게 가장 잔혹했다.
윤정하 큘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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