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8 18:06•조회 38•댓글 1•청월: 靑月
청춘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서사와 같다. 미지의 글자들이 빼곡히 박힌 미완의 책이며, 유리궁처럼 위태로우면서도 수정처럼 투명한 순간이다. 우리는 그 희미한 경계에서 삶의 참된 의미를 찾아 나선다.
환하게 빛나는 태양은 교정 위에 고요히 빛을 쏟아낸다. 싱그러운 풀 내음을 머금은 바람은 순수한 나무들의 잎사귀를 살랑이며 지나간다. 그 스치는 소리는 잊었던 서글픈 노래처럼 귓가에 아련히 맴돈다. 이 모든 풍경은 한 폭의 정지된 수채화처럼 아득하다.
그 한가운데에 선 우리는 어떠한 존재인가. 푸른 잔디 위를 구르는 둥근 축구공은 때론 궤도를 잃은 청춘의 방황을 은유한다. 가슴 속 일말의 떨림은 미지근한 샘물처럼 솟아나, 온몸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 이는 아마도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감정의 조각일 테다. 어쩌면 청춘은 이처럼, 끊임없이 우리를 몽환적인 꿈의 나선 속으로 이끄는 마력과도 같다.
고요를 깬 쉬는 시간의 복도는 인간 삶의 기쁨과 슬픔이 어우러지는 작은 무대다. 발소리와 웃음소리, 알 수 없는 속삭임들이 뒤섞여 현란한 교향악을 이룬다. 그 부산함 속, 불현듯 닿는 온기가 있다. 그리고 수줍게 건네진, 서툴게 접힌 종이비행기 한 조각이 손안에 조용히 머문다.
비행기를 펼치면, 묵묵히 새겨진 글자가 오롯이 시선을 붙잡는다. 짧지만 무한한 의미를 품은 편지이다. '석양을, 그대와 함께하고 싶다.' 이 몇 마디가 응축하는 이야기는 가히 우주적이다. 한 조각의 종이 위에서 영원한 시간이 유유히 흐르는 듯하다.
내면의 잔잔하던 마음 위로 거대한 물결이 인다. 순수한 미소가 입가에 가득 피어오른다. 살짝 흔들리는 고개짓은 소리 없는 응답이다. 세상의 모든 색깔은 이제 이 한 장의 작고 귀한 종이 위에 응집되어 빛을 발한다. 모든 시간과 공간이 일순간 멈춘 듯하다.
방과 후, 우리는 나직한 언덕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하늘은 진홍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장엄한 유화를 그려낸다. 두 손에 들린 차가운 감미로움, 곧 아이스크림은 이 꿈결 같은 순간을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말 없는 대화 속,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이 모든 풍경이 단 한 번 뿐인, 찬란한 기억의 조각으로 남아 빛난다.
아, 청춘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미완의 기록이다. 서툰 마음의 요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행되는 작은 용기가 엮어내는 찬란한 비단결이다. 덧없고 아련하며,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소음을 자아내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답게 만든다. 오늘도, 이 미지의 계절은 그 고유의 색채로 또 한 폭의 풍경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