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0 11:51•조회 41•댓글 3•unname
어느 날 정오,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에 똑같은 알림음이 울렸다.
[당신의 '불행'을 매입합니다. - 불행 수집가 일동]
사람들은 스팸이라 치부했지만, 곧이어 도심 한복판에 기묘한 은색 자판기들이 설치되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자판기의 마이크에 대고 자신이 겪은 불행한 사건을 고백하면, 기계가 그 '불행의 깊이'를 측정해 즉석에서 현금으로 바꿔주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소소했다. "어제 넘어져서 무릎이 깨졌어요." 기계는 5만 원을 뱉어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고백의 수위가 높아졌다. "10년 동안 모은 돈을 사기당했습니다!" 기계는 2억 원을 내놓았다. 사기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춤을 췄다. 이제 사람들에게 불행은 더 이상 슬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었다.
가난했던 청년 '김 씨'는 이 상황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더 큰 돈을 원했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아온 그에게는 팔아치울 만큼 거대한 불행이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스스로 불행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손가락 하나를 스스로 잘랐다. 기계는 5천만 원을 주었다. 김 씨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기르던 강아지를 죽였고, 집을 불태웠으며, 급기야 자신의 한쪽 눈까지 멀게 했다. 통장 잔고는 수십억으로 불어났지만, 그는 이제 누더기가 된 몸으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신세가 되었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김 씨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을 '슬픈 기억'으로 포장해 팔아넘기기로 했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마이크에 대고 마지막 고백을 마쳤을 때, 자판기 화면에는 역대 최고 금액인 '100억 원'이 찍혔다.
하지만 돈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자판기 화면에 새로운 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인간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김 씨가 의아해하는 사이, 전 세계 사람들의 스마트폰이 다시 울렸다.
[공지: 충분한 양의 불행이 수집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불행의 재분배'를 시작합니다. 수집된 모든 불행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에게 전이됩니다.]
순간, 김 씨의 통장에 있던 수백억 원의 숫자가 붉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자판기에서 돈을 받기 위해 팔아치웠던 모든 고통—신체 훼손, 화재, 상실의 슬픔—이 전 세계 부자들에게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그 막대한 돈을 소유하게 된 '세계 제일의 부자' 김 씨 자신에게 수천 배의 무게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김 씨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그는 비명을 지를 혀조차 돈을 받고 팔아버린 상태였다.
은색 자판기는 고요하게 빛나며 다음 문구를 띄웠다.
[거래가 종료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